[김국배기자] 글로벌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이 교육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한 일회성 SW 제품 기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교사, 학교 등에 모든 제품을 공짜로 풀어버리는가 하면 상징적인 비용만 받고 교육과정까지 제공하는 식으로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글로벌 기업은 지난해 9월 교육시장에 한해 SW 무료화를 선언한 오토데스크다.
컴퓨터 설계 프로그램 '오토캐드'로 잘 알려진 이 회사는 지난 2009년 중국의 교육시장에 먼저 SW를 무료로 풀기 시작한 뒤 이번 조치로 전 세계 188개국에 걸친 80만 개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로 확대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약 23만8천명의 학생과 교사에게 제공됐다.
오토데스크코리아 관계자는 "국내의 모든 학교가 오토데스크가 무료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경우 그 비용을 환산하면 약 330억원 상당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매출을 공개한 적은 없지만 오토데스크가 지금까지 교육시장에서 번 돈은 약 8천만달러에 달하는데, 이 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오토데스크는 내년 2월부터 SW 제공방식을 라이선스에서 구독 모델로 전환키로 한 상태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생소한 제품수명주기관리(PLM) SW를 제공하는 프랑스 기업 다쏘시스템은 산업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다양한 교육기관과 협력해 SW 뿐 아니라 교육과정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다쏘시스템은 국내에서 성균관대에 가상 디지털공장 솔루션 '델미아' 제품 라이선즈를 기증하고 델미아 연구교육센터를 설립했고, 서울과학기술여성새일센터가 경력단절 이공계 여성을 위해 운영하는 '3D 프린팅 전문기술과정'에 교육장소와 장비를 지원해 여성인력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영남대에는 차세대 시스템 엔지니어링 관련 취업연계 서비스를 지원한다.
다쏘시스템이 학교,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글로벌 아카데미아'에서 제공하는 솔루션은 상용 솔루션과 동일한 제품에 학교에 특화된 콘텐츠가 추가돼 있다.
다쏘시스템 교육담당 티에리 콜레 부사장은 "다쏘시스템은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하고 10년 전부터 관련 담당자들을 배치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투자를 시작했다"며 "이윤을 크게 남기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비용을 받아 파트너와 콘텐츠 개발에 재투자한다"고 설명했다.
'교사가 먼저, 기술은 그 다음(Teachers First, then Technology)'이라는 철학적 기치를 내걸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는 매년 우수학교(Showcase School)와 교육자(Innovative Educator-Expert)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119개국 1천100만명의 교사와 총 1억9천만명의 학생이 혜택을 봤다. 올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세종시 미르초등학교와 대구 중앙중학교 등 2개 학교와 8명의 교사가 선정되기도 했다.
쇼케이스 학교로 선정된 곳은 1년 동안 효과적으로 미래 교육 요소들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전문 연수, 교과계획, 동료 코칭, 툴킷(toolkit), 소프트웨어 등을 지원받게 된다.
이들 기업이 교육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시장에서 당장의 큰 수익을 벌어들이려는 것보다 더 큰 시장을 노리기 때문이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교육 시장은 기업 시장에 비해 제품 가격이 낮은 데다 시장이 작다. 그러나 해당 SW 사용법을 익힌 학생들은 향후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토데스크만 하더라도 중·고등학생용 오토데스크 디자인 아카데미 제품군(suite)는 30달러 선, 대학생용 오토데스크 마스터 제품군은 245달러 선인데 반해 국내에서 전문가용 제품인 오토캐드 디자인 스위트 2015 기준 560여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SW 업계 관계자는 "특정 프로그램에 한 번 익숙해진 학생들은 산업 현장에 나와서도 동일한 것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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