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고액자산가만 대우받기 마련인 자산관리 산업에 쌈짓돈 고객도 VIP가 될 수 있을까? 핀테크 벤처기업 '위버플'의 김재윤 대표(사진)는 "그렇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비용이 비싸고 소수의 고액자산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죠. 1천만~2천만원 정도를 보유한 대부분의 평범한 소액투자자들에게 돈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 알려주는 서비스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자산관리 기술을 적용하면 가능하죠."
투자서비스 업체 위버플은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핀테크 자산관리 서비스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이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등 핀테크 기반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에 맞는 투자 조언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직은 핀테크가 결제나 송금 쪽에 특화된 감이 있지만, 자산관리 부분도 핀테크 기술이 혁신할 수 있는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자산관리 분야의 핀테크는 일반 소액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자산을 운용하고 투자할 것인지 조언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현재 소액자산가들은 은행이나 증권사의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소외받는 계층이지만, 기술을 이용해 그들의 돈을 저렴한 비용에 관리해줌으로써 새로운 자산관리 산업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몸값 비싼 프라이빗뱅커(PB)가 아닌, 기술이 조언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웰스프론트(Wealth front)' '베터먼트(Betterment)' '켄쇼(Kensho)' 등의 핀테크 자산관리 업체들이 자리잡아 개인들에게 맞춤식 자산관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금융투자업 발달 과정을 따라가는 한국의 추세로 보면 곧 국내에서도 이 같은 핀테크 자산관리 시장이 개화할 것으로 김 대표는 내다봤다.
◆국제유가 급락이 내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현재 위버플은 인공지능 금융검색엔진을 개발중이다. '딥서치(가칭)'라고 이름을 붙였다.
"딥서치 엔진의 기본적인 기술 베이스는 검색엔진입니다. 다만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일반 검색엔진이 텍스트 기반이라고 한다면, 딥서치는 숫자와 텍스트 데이터를 결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실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매출 성장률이 처음으로 떨어진 해가 언제인지, 그 해에 부상했던 경쟁사가 어떤 기업이며, 경제 상황은 어땠는지 등을 검색할 수도 있다.
최근처럼 국제유가의 급등락이 심한 장세에서는 유가에 민감한 주식이나 자산, 현재 자신이 보유한 포트폴리오 중 유가에 대한 노출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딥서치를 통해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딥서치가 ▲투자자 성향과 목표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고 변경해주는 서비스 ▲위험신호를 분석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서비스 ▲ 현재 보유한 자산의 상황을 알려주는 서비스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대로 된 정보 제공을 위해 현재 10억 건 이상의 지표, 공시, 실적, 뉴스, 시장 데이터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추가 수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딥서치는 기술적분석이나 시스템매매 같은 주가 예측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핀테크 자산관리의 목적은 종목을 찍어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자금을 관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죠."
위버플은 지난해 주식 종목을 관리해주는 어플리케이션 '스넥'을 먼저 출시한 바 있다. 스넥은 뉴스, 공시, 투자정보(IR) 등의 주식정보를 알려주는 서비스로서 앞으로 제공할 자산관리 서비스의 주식 특화 '맛보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핀테크, 파이 뺏기 싸움 아냐"
금융과 IT의 융합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김 대표는 덩달아 바빠졌다. 최근에는 매일 5~6차례씩 미팅이 잡힐 정도다.
올 3월 께에는 증권사와 함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용 투자서비스를 런칭할 계획이다. 새로운 브랜드로 자체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도 준비중이다.
김 대표는 NHN 개발자로 일하다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근무했고, 이후에는 벤처캐피탈에서 모바일 투자를 진행하기도 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개발자로 4년 정도 일을 했는데, 제가 개발한 게임의 글로벌 런칭이 실패했어요. 개발만 잘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기업에 대해 알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회계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때부터 기술과 금융 분야를 섞을 수 있는 비즈니스에 대해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최근 핀테크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금융기관의 고객데이터를 고객 동의하에 공유하고, 공공기관이나 정부의 데이터도 민간에 제공해 핀테크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핀테크는 파이 빼앗기 싸움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존 금융산업의 파이를 키우고, 확장된 비즈니스에 대해 금융사들과 나눌 수 있는 사업이죠. 기존 금융업체와 IT업체, 금융소비자들이 모두 다 좋아해야 커질 수 있는 시장이라고 봅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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