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청와대 비선 논란이 갈수록 커지면서 초점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청와대 문고리 권력이라 불렸던 실세 비서관들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이번 논란은 그동안 '숨은 실세'라고 불렸던 정윤회 씨가 청와대 내외 인사 10여명과 함께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청와대 내부 동향을 보고 받고 국정 운영을 논의한다는 것으로 그동안 잠복해왔던 청와대 비선 논란을 극대화시켰다.
더욱이 정윤회 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맞폭로전은 여권 내부의 권력 암투 성격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주는 상처가 더욱 컸다.
문제는 정권의 아킬레스 건으로 인식되던 인사로까지 확산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졌다. 조 전 비서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인사 문제에 대해 "검증을 충분히 할 시간이 없었고, 급박하게 검증 지시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때는 한창 검증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사 발표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비선의 인사 개입을 시사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은 관리 소홀에 의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3일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올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비선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보고를 김 비서실장에 했지만, 김 비서실장은 이를 사실상 묵살해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올 4월 청와대 문건 유출이 드러났음에도 뚜렷한 조치를 하지 못해 정권에 부담이 될 정도의 사건으로 돌아온 것도 김 비서실장 책임론의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김 비서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퇴진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아 보인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15년 이상 믿고 기용한 최측근들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한번 믿고 기용한 인사를 쉽게 버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 때도 박 대통령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서관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 계신 비서실장님과 수석 여러분도 그동안 청와대에는 퇴근 시간도 없고 휴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밤낮없이 국정운영에 최선을 다해 헌신해왔다"며 "저는 그런 여러분을 신뢰하고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문제가 된 유출 문건을 루머 수준으로 격하하며 "이런 일은 국정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비서실장님 이하 여러 수석들과 정부의 힘을 빼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선 논란이 갈수록 커지면서 보수 일간지인 조선, 동아에서조차 '문고리 권력' 3인방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보수 내부에서 청와대 자정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나라를 흔들 정도로 커진 비선 논란이 결국 대통령 측근 그룹의 퇴진으로 이어지게 될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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