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세나기자] 삼성전자의 음악 스트리밍 앱 '밀크'의 무료 서비스를 둘러싸고 음악업계에 거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음악저작권협회가 '무료 불가'를 강력 경고하고 나서자 삼성전자는 서비스 시작부터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달 24일 삼성전자가 론칭한 '밀크'는 서비스 제공자가 선곡한 음악을 제공받는 라디오 형태의 음악 서비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이용자라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 없이 무료로 언제든지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의 멜론, 벅스 등 음원제공 서비스처럼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골라 들을 수는 없지만, 이용자가 직접 찾고 골라야하는 번거로움을 줄였다는 점에서 단점이 곧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유명 음원사업자 소리바다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인 360만여 곡을 무료로 제공, 출시 12일 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음악 앱 시장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밀크 론칭 이후 서비스사인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잡음에 휩싸여 왔다.
국내 음악 저작권의 90% 이상을 관리하고 있는 단체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가 밀크가 무료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계약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유료화 전환을 촉구하고 있는 것. 음저협 측은 이에 대한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해지와 함께 음원 제공을 중단하겠다고 초강수를 둔 상태다.
양측이 주장하는 논리는 무엇이고, 문제는 무엇일까.
◆ 쟁점1. '유료화'를 해석하는 시각
이번 사안의 첫 번째 쟁점은 서비스 유·무료를 판단하는 해석의 기준이다.
양측은 계약서 상에 명시돼 있는 밀크 서비스 '유료화'에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와 음원제공사인 소리바다는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는 만큼 음저협이 주장하는 '무료'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는 견해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분류된 밀크는 재생횟수 1회당 약 7.2원의 사용료를 파트너사 소리바다 측에 지불해야 하는데, 현재 밀크를 통해 발생되는 저작권료 전액을 삼성전자가 부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치르고 있는 저작권료를 유료화 실현으로 보는 셈이다.
음저협은 유료화에 대한 기준 해석을 삼성전자가 아닌 소비자가 음원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저작권료를 누가 치르느냐가 아닌 밀크 서비스 자체에 대한 유료화가 이뤄져야 계약서 상의 내용을 제대로 이행한 것이란 게 음저협의 입장이다.
◆ 쟁점2. 저작권료, 누가 내야 하나
이쯤에서 궁금증이 제기된다. 음저협은 지불 주체가 누가 됐든 저작권료만 받으면 됐지, 왜 꼭 소비자들에게 사용료를 받으려고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음저협 한 관계자는 "저작권료를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음악이 무료로 서비스됨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음악=공짜'라는 인식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음악콘텐츠를 무료로 서비스하는 것은 저작권자의 권익을 훼손하는 것 뿐 아니라 유료모델이 정착된 합법적 음악시장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음저협은 저작권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음원제공업체를 통한 음원 유료 유통 안정화에 힘써왔다"며 "자본을 등에 업은 대기업의 시장저해 행위로 콘텐츠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두고 볼 순 없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에게 밀크를 무료로 서비스할 경우 음악은 공짜라는 잘못된 인식이 형성, 그에 따라 음악계에 불어올 후폭풍이 크기 때문에 무료 제공을 원천적으로 반대한다는 설명이다. 즉, 소비자로부터 얻은 수익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멜론, 벅스, 지니 등 기존 음원 서비스업체들은 이용자들에게 매달 약 6천~1만7천 원 가량의 정액 사용료를 받고 있다.
◆ 유료화 전환 가능성에 무게…13일 최종결론
일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음저협 측의 권고를 받아 들여 어떤 식으로든 유료 모델을 적용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음악 저작권의 90% 이상을 관리하고 있는 음저협과의 계약 해지가 현실화되면 밀크 서비스는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한국보다 앞선 3월에 출시한 밀크 미국 버전이 '무제한 노래 건너뛰기' 등의 기능을 적용한 유료모델로 제공되고 있는데다가 12일 현재 국내 버전에 앱 홍보를 위한 팝업창이 추가된 점 등을 감안하면 밀크 유료화 전환 쪽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특히 김태근 삼성전자 MSC 뮤직서비스 그룹장이 지난 6일 열린 한 컨퍼런스장에서 "밀크의 서비스 목표는 저렴한 과금모델을 통해 불법적 유통경로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을 유료시장으로 유입시키는 것"이라고 공식 언급한 만큼 밀크 유료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밀크 앱이 폭풍의 눈으로 떠오른 까닭이 '무료'에 있었던 만큼, 과금방식이 도입될 경우 밀크의 인기가 현재처럼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음저협은 소리바다 등과 함께 밀크 유료화에 대한 실무진 협의를 마무리 짓고 오는 13일 음원공급 중단 여부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류세나기자 cream5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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