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베트남을 단순 생산기지가 아닌 전략 시장으로 삼아라."
2005년 베트남 현지에서 경영회의를 가진 이건희 회장의 주문이다. 이 회장은 이후 휴대폰 공장이 들어선 베트남에서 현지 전략회의를 갖는 등 베트남 등 신흥 시장 에 공을 들였다.
2012년에는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던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수뇌부와 베트남을 직접 찾아 당 부총리와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후 베트남은 삼성은 포스트 차이나 시대, 새로운 생산거점이자 전략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곳에는 이미 2개 휴대폰 공장과 TV공장이 가동 중이고 2015년에는 최대 규모의 가전 복합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특히 이번 복합단지 건설은 현재 병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기고 나선데다, 베트남측도 최고 지도자가 직접 삼성전자를 찾아 지원을 약속하는 등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 베트남 투자 외에도 애플, MS 최고경영자와 만나 특허 분쟁 및 협력 확대 등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역할론도 한층 힘을 받고 있다.
1일 삼성전자는 응웬 푸 쫑 베트남 당 서기장으로부터 소비자 가전(CE) 복합단지 투자 승인서를 전달 받고 삼성과 베트남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응웬 푸 쫑 베트남 당 서기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초청으로 3박4일 방한, 방한 첫날 일정으로 삼성전자 서초 사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 경영진과 만났다.
이날 회동에서 이 부회장과 응웬 푸 쫑 당 서기장은 투자 승인서 전달과 함께 삼성전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 및 향후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측에서는 이 부회장과 함께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 사장, 신종균 IM부문 사장,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부사장)이 배석, 이번 가전 공장 투자 외에도 휴대폰 등과 관련 포괄적인 협력방안이 오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투자 승인으로 2015년 가동을 목표로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사이공 하이테크 파크'에 TV 중심의 소비자 가전복합 단지를 건설, TV를 비롯한 소비자 가전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CE 복합단지 규모는 70만㎡(약 21만평)로 투자금액은 총 5억6천만 달러 수준이다.
◆휴대폰 경쟁력 강화 -가전 1위 신화 거점 주목
삼성전자의 이같은 투자 확대는 늘어나는 글로벌 시장 수요에 대응,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확대해 휴대폰에서 TV와 가전을 잇는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아울러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 부품 공장도 잇달아 기동하는 등 신흥시장이자 생산기지로 주목받는 베트남을 발판으로 최근의 스마트폰 성장 둔화 등 저성장 기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분기 대비 매출은 15% 늘어난 13조원, 영업이익은 300% 늘어난 7천7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TV 사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디스플레이 서치의 매출 기준 2014년 상반기 30.7%의 점유율을 보이며 작년 26.8% 대비 14.6%가 증가했다.
이번 CE 복합단지 건설을 통해 신흥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의 늘어난 소비자 가전의 중·장기 수요를 맞추는 한편, TV 사업의 글로벌 1위 신화를 지속하기 위한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더욱이 베트남은 한국과 연내 FTA 타결 등 미국, 유럽, 중국을 대신할 신흥 전략지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아세안 공략의 거점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실제로 인구 1억명의 베트남은 이미 우리의 8위 수출국이자 FTA 타결 등에 따른 수출확대 등도 기대되는 곳이다. 특히 베트남은 연평균 5~8%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에 힘입어 구매력을 갖춘 중산층이 빠르게 확대되는 등 값싼 노동력의 생산기지에서 프리미엄 시장으로도 탈바꿈 하고 있다.
이는 베트남이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우리 수출기업들의 위협적인 존재가 된 중국을 대신할 대안으로도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세계의 공장이던 중국은 이제 높아진 인건비와 자국 보호주의로 세계 공장으로서의 매력을 잃고 있다"며 "더욱이 세계 최대 시장의 강점을 발판으로 현지업체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 베트남이 이를 대신할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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