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12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결의한 금융위원회가 "이대로는 공익 침해 우려가 높다"는 점을 징계 수위 상향의 배경으로 들었다.
중징계 확정에도 불구하고 임영록 회장은 "납득할 수 없다"며 "소송 등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는 12일 개최한 제16차 정례회의에서 임 회장에 대한 징계를 앞서 금융감독원장이 건의한 '문책경고'보다 높은 수준인 '임원(대표이사 회장, 이사)의 직무집행정지 3개월'로 수정 의결했다.
◆임영록 회장 12일 오후 6시부터 3개월간 직무정지
"KB금융지주 회장의 직무상 감독업무 등 태만에 중과실이 인정되며, 이로 인한 KB금융그룹의 경영건전성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고 평가했으며, 출석위원 전원이 찬성했다.
임 회장의 직무 집행정지는 이날 오후 6시부터다.
금융위는 우선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민은행 등 자회사의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최고 책임자로서 금융지주회사법 제50조 제1항 등에 따라 주력 자회사인 국민은행의 중차대한 사업인 주전산기 교체에 대하여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가지고 이 사업이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KB금융지주 회장은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보고받았으면서도 법령 준수 및 사업 추진의 비용과 위험요소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직무상 감독의무 등을 태만히 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지주의 직속 임원이 지난 2013년 11월7~15일에 자회사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국민은행의 중요한 의사결정의 왜곡을 초래했고, 이러한 위법·부당한 행위 등에 따라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사업에 관한 은행 이사회 보고자료 등이 허위로 작성되는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발생했다"고 봤다.
또한 "KB금융지주 회장은 이 사업과 관련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임직원들 간에 심각한 내부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자회사에 대한 경영관리업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그룹 내부의 갈등과 지배구조의 난맥상이 외부로 표출되는 등 사회적 물의가 야기됐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에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등의 건전경영이 심히 위태롭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러한 상황에서는 KB그룹 전체의 경영건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이를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의 안정과 고객자산의 안정적 관리를 저해하는 등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금융위 "KB사태 방치하면 공익 침해 우려 커"
아울러 KB금융그룹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민 재산을 관리하는 금융회사의 기본 책무 등을 고려할 때,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국내 은행 전체 자산(2천145조원) 가운데 국민은행의 자산은 12%(257조원)을 차지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자산은 국내 금융회사 전체 자산(3천361조원) 중 8.7%(292조원)에 이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번 KB금융사태는 당연히 지켜져야 할 내부통제제도가 조직문화로 자리잡지 못할 경우, 금융에서 생명과도 같은 신뢰가 크게 훼손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유사한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금융위와 금감원이 철저히 업무수행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오늘의 조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으로,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리더십을 상실한 CEO의 직무 정지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KB금융지주와 은행의 경영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비상체제를 즉시 가동하라"고 지시했다.
더불어 신 위원장은 "이른 시일내에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나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며 최수현 금감원장에게도 "관련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검찰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위의 중징계 방침에도 불구하고, 사퇴는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금융위 발표 후 임 회장은 즉시 보도자료를 통해 "금융위에서 내려진 결정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금 이순간부터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서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험난한 과정들이 예상되지만 그렇다고 대충 타협하고 말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KB금융그룹과 저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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