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전자의 실적악화로 시작된 삼성그룹의 상황이 심상찮다. 이건희 회장의 입원치료가 두달가량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계열사의 실적악화에 글로벌 경기침체 및 원화 강세, 재 부상 중인 규제 이슈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그룹 계열 전반의 경영진단 및 구조조정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은 이미 올초부터 주요 계열의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등 일종의 긴축경영에 착수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올해 투자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 하는 등 사실상의 비상경영에 나서 주목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올해 투자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불요불급한 비용부터 줄이는 등 이른바 '마른행주 쥐어 짜기식' 비용 절감 수위도 높이고 나섰다.
이는 성장성 둔화 등으로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스마트폰 등 무선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데다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등 후계구도 작업이 본격화 되면서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검토, 위기 상황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삼성 계열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악화되면서 내부 위기감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미 지난달부터 투자 계획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키로 하고 일부 투자는 스톱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부터 실적둔화 등 우려가 불거지면서 이미 올들어 마케팅 등 비용을 크게 줄이는 등 일종의 긴축경영에 나선 바 있다.
이에 더해 2분기 영업익이 7조2천억원으로 2년만에 8조원을 밑도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근 투자계획 재검토와 함께 비용이 발생하는 동반 출장, 잔업은 물론 사무실내 사무용지 등 비품 사용까지 줄이는 등 이른바 '마른행주 쥐어짜기'식 비용절감에도 나선 상태다.
삼성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전년 수준을 소폭 웃도는 약 50조원 안팎으로 예상됐다. 이중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는 연구개발을 포함 총 35조원선으로 추산된다. 재계 대표격인 삼성이 실적 악화 등으로 투자계획을 재검토 하고 나서면서 여타 그룹 등에도 영향을 줄 조짐이다.
다만 삼성은 과거에도 투자 계획 등을 시장 상황 등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해 왔던 만큼 투자 규모를 줄이기보다 효율성 제고 등에 보다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계열 구조조정 '고개'…위기 선제 대응 시각도
금융과 화학, 중공업 등을 잇는 전자계열에 대한 그룹차원의 경영진단 및 구조조정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삼성은 삼성전기에 대한 경영진단에 착수한 상태. 아울러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동반 실적 악화가 우려되면서 이들에 대한 후속 경영진단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최근의 환율 및 업황 악화에도 경쟁사들의 실적이 크게 나빠지지 않은 것도 삼성전자와 관련 계열의 사업 점검 등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단순히 업황 전반의 문제가 아닌 사업구조 등 경쟁력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는 것.
삼성은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사업부별 필요할 때 마다 경영진단을 해왔던 만큼 이번에 실적이 부진한 부문에 대한 추가 경영진단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전자계열 전반에 후폭풍이 적잖을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1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흑자 전환했던 삼성전기 역시 2분기 다시 영업적자가 우려되고 있다. 반면 같은기간 해외 경쟁업체나 국내 LG디스플레이, 이노텍, SK하이닉스 등의 실적은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으론 삼성전자가 여전히 글로벌 IT제조업체 중 뛰어난 영업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투자 계획이나 사업 점검이 일시적인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보다 스마트폰 등을 뒤잇는 그룹 캐시카우, 즉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 등 선제적 조치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재용 부회장을 축으로 전자계열에 대한 지배구조 및 사업 재편이 속도를 내면서 이와도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지만 경쟁력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 성장을 견인했던 스마트폰을 대신할 동력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나 사업 재편에 맞물려 삼성전자에 집중된 구조 개선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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