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웨어러블 기기, 규제에 혁신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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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부착방식 제한, USIM 탓에 골머리…전경련, 규제개혁 건의

[박영례기자] 경제단체가 정부의 규제개선 움직임에 맞춰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실효성이 없는 규제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낡은 규제로 신사업 창출 또는 혁신을 저해하거나, 말 그대로 규제를 위한 규제로 취지도 살리지 못하고 기업들의 발목만 잡는 경우가 대상이다. 가령 난방온도 맞추자고 겨울에 에어컨을 틀어야하는 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 이같은 기업활동 관련 규제개선 과제 628개를 두 차례에 걸쳐 관련부처에 건의했다고 발표했다.

전경련은 지난 3월 대통령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회원사로부터 1천300여건의 규제개혁 과제를 발굴, 한국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규제개혁 TF'를 구성해 과제를 검토한 뒤 지난 4월과 6월 정부에 건의했다.

규제로 인해 신사업 창출을 가로막거나, 기술 및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혁신을 저해하거나 국제 기준보다 강한 갈라파고스 규제, 수단과 목적이 뒤바뀐 규제 등이 대거 포함됐다.

가령 현행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 따르면 에너지다소비 건물은 하절기와 동절기 냉·난방 온도를 제한받고 있다.

문제는 인텔리전트 빌딩이나 커튼월 빌딩과 같이 단열효과나 복사열, 자체발열 등으로 내부 온도가 제한온도보다 올라가는 경우 정부가 규정한 난방온도를 맞추려면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욱이 최근의 글로벌 혁신 전쟁이 거센 웨어러블(Wearable) 기기의 경우 현행 규제라면 자칫 시장 주도권을 내줘야 할 판이다.

현행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에는 가입자 식별정보를 담은 USIM칩에 대해 '삽입'형태만 허용하고 부착과 같은 방식을 규제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대로라면 스마트 시계, 스마트 안경 등 웨어러블 기기 개발 시 소형화, 경량화된 디자인을 구현하기는 어렵다. 휴대성과 디자인이 떨어지는 디자인으로는 애플이나 구글은 물론 소니 등 글로벌 IT기업이 뛰어든 웨어러블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승기를 잡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기술 발전과 시장 상황에 동떨어지고, 글로벌 스탠다드와도 다른 말 그대로 '갈라파고스'식 규제도 있다.

가령 최근 건강과 미용에 좋아 인기를 얻고 있는 탄산수는 기존 먹는 샘물에 탄산만 첨가하면 돼 공정이 간단하다. 하지만 현행 '먹는물 관리법'상 기존 먹는 샘물 공장에서는 이를 생산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탄산수를 생산하려면 별도 제조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먹는 샘물업체 A사는 탄산수 생산을 계획했다, 따로 공장 건설에 필요한 비용문제로 보류한 상태다. 우리와 달리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동남아시아권에서는 먹는 샘물공장에서 탄산수 혼합생산이 가능하다.

또 최근 정부가 허용한 심박 측정 기능이 포함된 웨어러블 기기 역시 당초 의료기기로 규정, 개발을 제한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유사한 문제로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더 있다. 최근 치아미백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늘고 있지만 치아미백제에 과산화수소 함량이 3%를 초과하면 의약품으로 규정, 따로 관리를 받는 식이다.

역시 우리와 달리 미국, 캐나다 등 해외 국가들에서는 고함량 과산화수소 함유 치아미백제를 화장품이나 공산품으로 관리하는 등 별도의 과산화수소 함량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규제 자체가 불합리하고 황당한 경우도 적잖다.

가령 공장 주변 소음을 도서관, 숲속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규제나, 의약품 취급지정 체육시설에 골프장, 스키장은 되고 수영장, 빙상장은 안되는 식이다. 학교 인근 노후 주유소의 재건축을 허용하지 않아 오히려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키는 경우, 방송 시청 목적 없는 TV 튜너 내장 모니터도 방송 수신료를 내도록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전경련은 이처럼 낡고, 합리적이지 못한 규제로 기업들의 제품 개발 및 신 시장 창출에 걸림돌이 되고, 국민의 안전 문제나 불편을 가중시키는 규제들을 모아, 정부 건의를 통해 적극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정부가 문제 있는 규제 개혁에 의지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전경련 고용이 규제개혁팀장은 "그동안은 기업들이 규제개선이 쉽지 않아 이의 건의에 적극적이지 않던 기업들도 규제개혁장관회의 이후 달라졌다"며 "기업별로 수십 건에서 백건이 넘는 과제들을 건의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CEO급에서 관심을 갖고 전사적으로 과제발굴을 독려하는 기업도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규제개혁에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들이 조속히 개선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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