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가 국내 최초로 자동차산업에 모듈화를 도입,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의 전기를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듈화란 완성차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수만개에 달하는 부품을 시스템 단위로 미리 결합해 완성차 생산라인에 직접 공급하는 생산방식.
과거에는 완성차 공장에서 모든 부품을 일일이 조립해 차를 만들었다. 하지만 모듈화가 되면 완성차업체 한 곳이 담당하던 설계, 생산, 조립, 검사 및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의 일정부분을 모듈업체가 분담하게 되면서 완성차 조립라인이 간결해지고 생산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만큼 전문성도 강화된다.
특히 각 모듈업체가 모듈단위로 납품 하기 때문에 완제품 업체들은 품질 관리가 용이하고, 효율적 재고관리가 가능해 재고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처럼 자동차산업에서 모듈화는 완성차의 품질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999년 현대자동차 트라제에 처음으로 모듈을 공급한지 14년 만인 지난해 말 국내외 공장에서 생산한 샤시·운전석·프론트엔드 등 자동차 3대 핵심모듈의 1억 세트 생산을 돌파했다.
모듈 1억 세트 누적 생산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 현대모비스가 모듈 사업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음을 방증이다.
◆세계적 모듈업체로 성장…현대·기아차 '성장 동력'
1990년대 완성차 업체들은 예상보다 크게 위축된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공급과잉 사태를 맞게 됐고 생존을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품질 향상과 원가절감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이 과정에서 비용 절감과 품질 개선 방안으로 하나로 도입된게 '모듈화'다. 완성차 업체들이 모듈화를 적용해 생산효율성 향상을 꾀함은 물론, 생산단계 축소를 통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대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1999년 현대차그룹의 생산 합리화 전략에 따라 기존 부품 조달 체계의 부분적 보완이 아닌, 자동차 공정의 주요 부분을 전담하는 모듈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국내에 도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1999년 10월 현대차 트라제에 샤시 모듈을 공급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 모듈 생산에 돌입한 현대모비스는 2000년에는 운전석 모듈을, 2003년엔 프런트엔드 모듈을 생산하며 세계적 모듈 업체로 성장해왔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지금의 세계적 완성차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대모비스와 전략적으로 추진한 생산방식 'JIS(Just In Sequence)'라는 모듈생산방식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직서열 생산방식인 JIS 시스템은 부품업체와 완성차 업체 간 생산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해 부품업체가 생산한 모듈제품을 완성차 라인에 정확한 시간과 조립순서에 맞춰 투입시키는 것이다. 토요타의 JIT(Just In Time) 방식보다 혁신적인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는 2002년부터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현대·기아차와 함께 해외에 동반 진출, 현지 완성차 부지 바로 옆에 공장을 세우고 터널 컨베이어를 통해 모듈을 직서열 공급했다. 현대모비스는 이 같은 전략적인 글로벌 기지 육성을 통해 모듈을 적기양산 및 공급하는 등 공정을 최적화할 수 있었다.
특히 모듈의 범위를 단순 부품 조립단계에서 기능부품 통합단계로 확대시켜 왔다. 기능부품 통합단계란 모듈을 더 이상 나뉠 수 없을 때까지 세분화하고, 그것을 분석해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부품들을 통합함으로써 모듈을 구성하는 부품 수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모듈 자체의 무게를 줄여 연비 향상 및 각종 물류비용의 절약하고, 품질관리가 용이해지고 조립 생산성도 향상되는 효과를 꾀했다.
현대모비스는 이 같은 모듈 경쟁력을 바탕으로 2005년 미국의 크라이슬러에도 컴플리트샤시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현재까지 공급을 이어오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에는 지프 랭글러 차종에 적용되는 컴플리트 샤시모듈의 누적 생산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품질확보 주력…車 국제경쟁력 향상 기여
현대모비스는 모듈경쟁력의 핵심인 품질 확보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오고 있다. 식별등 시스템, 바코드 시스템, 모니터링 시스템과 전장제품의 완벽한 검사를 위한 에코스 시스템, 체결력 보증 시스템 등을 전 생산라인에 설치해 어느 작업자가 투입되더라도 가능한 첨단 품질 시스템을 구축한 것. 각 품질시스템에 축적된 생산이력은 최소 23년 동안 통합적으로 보관, 관리된다.
이같은 현대모비스의 모듈 품질 확보 노력은 현대차 품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 JD파워에서 발표한 100대 당 품질문제 건수는 모듈화 이전인 1998년부터 모듈화 사업이 정착된 2005년까지 56%나 감소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듈은 부품들의 단순한 조립 덩어리가 아니며 완성차의 품질향상, 원가절감, 생산성증대를 가능케 해 완성차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견인하는 핵심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완성차업체에 모듈을 공급하는 것 자체로 경쟁력 있는 국내 유수 부품 업체들의 수출 활로를 열어줘 국가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진화시키고 국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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