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태블릿 시장에 또 한 건의 의미 있는 제휴가 성사됐다. 삼성이 미국 최대 오프라인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과 손잡고 7인치 태블릿을 생산하기로 했다.
주요 외신들은 5일(현지 시간) 삼성과 반스앤노블이 오는 8월경 7인치 크기 합작 태블릿인 ‘갤럭시탭 4 누크’를 출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출시될 갤럭시탭4 누크는 7인치 태블릿 및 e북 리더기 시장에서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 구글 넥서스7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공개된 합의 내용에 따르면 반스앤노블은 공동 제작할 갤럭시 탭4 누크를 최소 100만대 가량 구매하기로 했다. 대신 삼성은 갤럭시4 탭 누크 마케팅 비용을 상당 부분 지원하기로 했다.
◆반스앤노블, 아마존 압박 효과도 누릴 듯
반스앤노블은 그 동안 아마존에 대항하기 위해 누크 태블릿을 내놨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킨들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동안 누크는 매출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해 한 때 199달러 제품을 129달러로 35% 파격 할인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선발 주자 킨들과 애플 아이패드가 워낙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누크는 지난해 11월부터는 사실상 신제품 생산이 중단됐다.
급기야 올 초에는 분기 매출이 30%이상 감소하면서 누크 사업 철수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스앤노블은 누크 사업 철수설을 일축하면서 “세계적인 하드웨어 업체와 제휴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반스앤노블이 ‘위기탈출 파트너’로 택한 하드웨어 업체가 삼성이었던 셈이다.
외신들은 반스앤노블이 삼성과 제휴로 하드웨어 생산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윈도 앱 탑재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안드로이드 강자 삼성과도 제휴하면서 태블릿 시장 실력자들을 연이어 우군으로 끌어들인 점 역시 반스앤노블에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시기적으로도 절묘하다. 아마존은 최근 대형 출판 체인인 하체트 그룹과 가격 문제 등으로 갈등 중이다. 최근엔 하체트 전자책에서 ‘사전 주문’ 버튼을 빼 버리기도 했다. 전자책 시장 절대 강자의 힘으로 출판사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반스앤노블이 태블릿 강자인 삼성과 제휴함으로써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을 전망이다. 판도데일리는 반스앤노블의 이번 제휴에 대해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는 타이밍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삼성, 방대한 반스앤노블 콘텐츠-유통망 활용
삼성에게도 이번 제휴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미 7인치 태블릿 갤럭시탭 4를 판매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4.4를 탑재한 갤럭시 탭4는 200달러 저가형 모델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합작 제품은 여기에 누크 소프트웨어를 사전 탑재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반스앤노블이 보유한 300만 권 가량의 전자책을 손쉽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반스앤노블은 한 때 미국 최대 서점 체인으로 군림했던 기업이다. 삼성 입장에선 반스앤노블과의 제휴는 콘텐츠와 판매망 확보란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외신 보도대로 반스앤노블이 100만대 가량을 기본 구매해줄 경우 초기 물량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다. 게다가 반스앤노블 콘텐츠를 탑재할 경우 전자책 독자들에겐 매력적인 상품이 될 수도 있다.
여기에다 미국 전역에 자리잡고 있는 반스앤노블 매장에서 판매한다는 점 역시 삼성에겐 매력적인 부분이다.
콘텐츠 판매에 더 관심이 많은 반스앤노블인만큼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할 가능성도 많다. 그럴 경우 단기간에 보급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8월이면 두 회사의 합작품인 갤럭시 탭4 누크가 미국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과연 삼성-반스앤노블 합작 제품이 아마존과 구글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7인치 저가 태블릿’ 시장에서 어떤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단언하긴 쉽지 않지만 만만찮은 파괴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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