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정치권의 명운이 걸렸던 6·4 지방선거가 끝났다. 광역단체장 선거 성적표는 8대 9. 여야 모두 '세월호 민심'으로 요동 친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하면서 옐로 카드를 받은 셈이다.
300명이 넘는 생명이 바다 속에 스러져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전 국민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능과 위기 대응 체계 부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선거 기간동안 여야는 경쟁적으로 반성과 자숙을 외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선거 로고송과 율동이 중단됐고 결국 어느 때보다 조용한 선거가 치러졌다.
야권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반사이익을 다 얻지는 못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높아진 현 집권 세력에 대한 실망감은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나타났다.
세월호 이전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오르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를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흐름이 끊겼다. 정몽준 후보 아들의 '국민 미개' 발언도 영향을 미쳤다. 정 후보는 결국 '세월호 민심'을 극복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의 또 하나의 영향은 그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쳤던 색깔론, 네거티브 등의 확산을 그나마 막았다는 점이다.
이번 지방선거 초반에는 세월호 참사의 영향으로 조용한 선거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선거 막판이 되면서 흑색선전과 네거티브가 난무했다. 정책이 이슈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었다.
색깔론도 이어졌다. 특히 서울 시장 선거에서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에 대해 "국가관이 의심스럽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박원순 후보의 부인에 대해 구원파 유병언 회장 일가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박 후보 측이 고소로 맞서기도 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이 모든 변수들은 유권자의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보수층과 새누리당 지지층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 충청도가 모두 새정치민주연합을 선택한 것이 반증이라 할 수 있다.
광역단체장은 새누리당이 8곳,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에서 승리해 균형을 맞췄다.
기초단체장 선거는 총 226곳 중 새누리당이 124곳, 새정치민주연합이 72곳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는 서울 조희연, 경기 이재정 후보 등 진보성향의 후보가 13개 지역에서 승리해 역시 누가 이겼다고 할 수 없는 형국이다.
향후 여야는 세월호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서게 된다. 청와대 역시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국가 개조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어떻게 수용하고 제도화시킬지 주목된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