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권기자] e-커머스 업체 아마존이 지난 4월 애플TV와 유사한 파이어TV를 출시하자 관련 업계는 스트리밍 영화 서비스나 게임 서비스를 아마존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킨들 전자책에 이어 셋톱박스를 활용한 영화나 게임 서비스가 아마존의 성장을 책임지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브스와 일부 시장분석가들은 아마존의 새먹거리 사업을 기업들간 거래(B2B 마켓플레이스)에서 찾고 있다. 아마존은 이미 굴뚝산업에 가까운 도매유통 사업인 B2B 마켓플레이스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아마존은 B2B 마켓플레이스 시장에 본격 진출한지 2년만에 선두 사업자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아마존이 B2B 시장에서 선두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아마존, B2B 시장서 노다지 캔다
성공 비결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마존 B2B 사업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마존이 B2B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만큼 아마존이 이 사업을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B2B 마켓플레이스 '아마존서플라이(AmazonSupply)'를 지난 2012년 4월 베타서비스 형태로 시작했다. 하지만 아마존서플라이는 당시 50만 여종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주문처리시스템을 갖춰 기존 업체에 서비스 역량이 뒤지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아마존이 2005년 B2B 사업자 스몰파츠닷컴(SmallParts.com)을 인수한 후 시장 진출을 꼼꼼하게 준비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7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있었기에 2012년 B2B 사업을 본격 추진한지 2년만에 선두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마존서플라이는 지난 4월로 서비스를 시작한지 두돌을 맞았다. 이 짧은 2년 동안 이뤄낸 성과는 매우 크다. 거래 물품은 50만여종에서 220만종으로 4배 늘었으며 지난해 B2B 사업 거래량만 740억달러(약 76조원)가 넘는다.
아마존이 2년만에 거둔 성과라 하기엔 매우 놀라운 정도다. 이런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기존 e-커머스(B2C) 사업 연관성과 '규모의 경제'를 통한 저마진 롱테일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저마진'+'규모경제'로 B2B 시장 장악
아마존은 B2B 사업자로 초보지만 e-커머스 B2C 분야에선 20년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자 1위 사업자다. B2C 사업에서 성공 여부가 고객주문처리시스템과 물류시스템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해 아마존은 B2B에서도 이 부분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이런 노력으로 미국내 40곳에 주문처리 및 물류센터를 구축했다.
공급망 컨설팅 업체 MWPVL 인터내셔널은 아마존이 물류센터를 미국 20개 대도시 근교에 세울 경우 미국인 절반에게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 상당수가 이미 세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아마존이 물류 부분에서 경쟁사를 크게 앞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마존은 물류 외에 주문처리시스템의 사용자 편의성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고객이 물품을 찾기 쉽고 구매하기 편한 환경으로 웹사이트 디자인을 바꿔가고 있다. 그 결과 아마존은 최근 미국미시간대학이 조사한 B2B 서비스 고객 만족도 평가에서 230개 업체 중 1위를 차지했다.
아마존은 한발 더 나아가 고객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사전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함으로써 구매를 촉진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경쟁사보다 25% 저렴한 가격도 아마존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다. B2B 사업은 마진이 2~4%로 매우 낮다. 아마존은 이보다 더 낮은 마진으로 승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마진은 낮지만 대신 거래량을 크게 늘려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는 롱테일 전략을 취하고 있다.
관건은 수익을 낼만큼 주문량이 충분한가이다. 저마진 전략은 규모의 경제가 받쳐주지 못하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2012년 미국 B2B 시장은 7조2천억달러로 B2C(4조달러)보다 두 배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B2B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경쟁사들이 보통 5만여종 물품을 거래하고 있는데 반해 아마존은 220만여종을 공급하고 있어 고객 유치에 유리하다. 3만5천개에 이르는 B2B 업체 가운데 대부분은 매출 5천만달러 규모이며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가족중심 회사다. 매출 10억달러 이상 회사는 160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물품 종류나 가격, 서비스 품질이 경쟁사를 크게 앞서 B2B 시장의 선두 자리를 유지하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희권기자 arg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