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에 車업계 긴장…전자업계도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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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비상계획' 가동…中企 수출 타격 불가피

[박영례, 정기수기자] 원·달러 환율이 6년여 만에 최저치인 1천20원대로 급락하면서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국내 업계는 올해 대체로 원·달러 환율 하한선을 1천50원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환율 하락이 이어질 경우 계획을 수정해야 할 판인 것.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전자업계 역시 환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많게는 수천억원 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환율 변동을 주시하는 한편 통화 다변화 등 환율 하락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다만 자동차 및 전자 대기업 상황은 나은 편. 환 리스크 관리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 등 제조업체는 당장 수출감소 등에 따른 채산성 악화 등 여파를 우려해야할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계가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가격경쟁력 악화 등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 수출 타격을 우려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한 345만대 중 235만대를 수출하는 등 수출 비중이 70%에 달하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시장에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어 신차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우려가 크다. 현대차는 오는 6월 미국시장에 LF쏘나타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2분기 신형 쏘울과 K9(현지명 K900)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해외 생산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늘리는 등 환율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생산구조를 갖췄지만 여전히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업계는 현대·기아차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연간 매출액이 2천억원(현대차 1천200억원, 기아차 800억원)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현대·기아차는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을 지난해와 같은 1천50원으로 설정, 내부적으로 추산한 1천60원대 보다 보수적으로 잡고 사업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환율이 예상보다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면서 올 1분기 평균 환율은 전년동기 대비 18원이나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분기 수출 시장에서 판매단가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중대형차 판매량이 늘고 신형 제네시스와 LF쏘나타 등 신차효과까지 가세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다만 환율 하락폭이 커 2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기아차는 환율 악재를 원가절감과 환헤지 등으로 극복,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1분기 경영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단기적으로는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급격한 원화절상에 따른 컨틴젼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해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생산·판매의 효율성 증가와 글로벌 소싱의 최적화로 원가를 줄이고 선물환 등 환율 헤지 운영을 통해 수익성 저하를 최소화 할 계획이다.

다만 컨틴젼시 플랜의 효과가 기대한 만큼 나타날 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더라도 원가구조가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며 "환율 하락 속도가 급격히 나타날 경우 수익성 악화를 막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높은 쌍용자동차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흥국 통화 약세와 원화 강세가 수출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쌍용차는 이미 최대 글로벌 시장인 러시아에서의 '우크라이나 사태'로 루블화 가치가 떨어져 1차 타격을 입었다.

쌍용차는 달러 이외에 통화 결제비율을 늘리고 특정 지역 리스크에 따른 수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유럽 등을 적극 공략하는 등 수출시장 다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상황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GM도 환 헤지를 통한 환위험 완화 등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수출 시 받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협력업체에게 부품 대금 등으로 결제하는 방법을 활용 중"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도 '예의주시'…中企 타격 불가피

수출 등 비중이 높아 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업계도 마찬 가지. 최근의 환율 하락 등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환율 하락 등에 따라 7천억원 규모의 부정적 영향을 받기도 했다.

LG전자 역시 지난 1분기 주요 시장 경쟁 심화에 환율 영향 등이 더해져 가전(HA)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대비 3%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원달러 환율이 6년래 최저 수준인 1천2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환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기업은 수출입 등의 경상거래 및 예금, 차입 등의 자금거래시 현지통화로 거래하거나 입금 및 지출 통화를 일치 시키는 식으로 환 리스크를 줄이고 원가 경쟁력 강화 등 이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환율 변동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환관리 시스템을 구축, 각 개별회사의 환위험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평가 및 관리는 물론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를 통해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매달 외환위험의 변동 및 헷지 결과를 점검하는 한편 효율적 외환위험 축소 방안을 지속적으로 검토, 적용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꾀하고 있다.

그나마 대기업들의 상황은 나은 편. 환 리스크 관리에 취약한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가파른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0% 상승할 경우 국내 제조업 수출액은 4.4%, 영업이익률은 0.9%p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업계가 추산하는 원달러 환율 손익분기점은 1천60원선. 최근의 환율 하락을 감안할 때 이미 상당수 중소 제조업체들은 채산성 악화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환율 하락 대응, 원가절감이나 환헤지상품 투자 확대, 수출단가 조정 등 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나섰으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제조업체들의 경우 이같은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하락에 대응,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등 단기 처방 외에도 수출 관련 금융 지원이나 수출 인프라 구축 확대 등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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