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의 계열간 사업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SDI와 제일모직을 합병, 전자소재 종합기업 출범을 예고한데 이어 이번에 화학 계열 두 회사를 합병, 종합화학회사를 출범시킨다.
삼성측은 계열간 합병을 통해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시너지를 극대화 하기 위한 잇단 작업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최근의 사업재편을 중심으로 삼성가 3세 승계구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 역시 힘을 받는 분위기다.
2일 삼성종합화학은 삼성석유화학을 흡수합병키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합병비율은 삼성종합화학 보통주 1주당 삼성석유화학 2.1441363 주다.
양사는 오는 18일 주총을 통해 이를 확정하고, 이르면 6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삼성종합화학'이다.
이번 합병 배경과 관련 삼성종합화학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및 사업을 다각화,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서의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이번엔 '종합화학회사' 출범
삼성토탈의 지주회사인 삼성종합화학은 이번 삼성석유화학 합병을 통해 생산기반을 갖춘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1988년 설립된 삼성종합화학은 현재 삼성토탈 지분 50%를 보유한 지주회사. 지난 2003년 세계적인 화학회사인 프랑스 토탈과 5대5 합작을 통해 삼성토탈을 신설한 뒤 생산설비 등 관련사업을 이관했으나 이번 합병으로 명실상부한 종합화학회사로 새출발을 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토탈은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프로필렌·C4 유분 등 기초유분, 스티렌모노머·파라자일렌 등 화성제품과 에너지 제품군까지의 일관 생산체제를 갖춘 종합 에너지·석유화학회사로 최근 정유, LPG 사업을 확대하면서 제5 정유사로 주목 받고 있다. 이 와중에 삼성이 화학계열 회사를 합병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이번 합병으로 실적부진에 시달려온 삼성석유화학은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으로도 보인다. 지난 1974년 설립된 삼성석유화학은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인 고순도 텔레프탈산(PTA) 제품(연산 200만톤)을 생산·판매해 왔다.
공업용 섬유(Fiber)와 필름, 플라스틱 제조에 사용되는 PTA 생산에 주력해 왔으나 최근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에 시달려 온 것. 이번 합병을 통해 돌파구 마련과 함께 화학관련 사업 확대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석유화학 산업은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전방제품의 수요 위축 지속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 증가 ▲셰일(Shale) 가스 영향 등으로 회복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측은 "삼성종합화학과 삼성석유화학은 업황 악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을 극복하고,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합병법인이 되는 삼성종합화학은 삼성석유화학의 중간화학제품(다운스트림) 사업과 자회사인 삼성토탈의 기초화학제품(업스트림) 및 에너지사업간의 유기적인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축, 강화해 기존사업의 안정성 확보는 물론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종합화학 손석원 사장은 "종합화학과 석유화학 양사의 일치된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합병을 추진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석유화학 정유성 사장은 "석유화학이 40년간 축적해 온 기술 역량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종합화학과의 사업시너지를 통해 미래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재 이어 화학 재편…5% 지분, 이부진 사장 '주목'
이번 화학 계열 합병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최근 삼성이 계열간 사업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최근 전자 소재 분야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 결정에 이은 후속이라는 점도 무관치 않다. 실제로 삼성SDI 합병 이후 차기 재편 대상으로 건설과 함께 화학사업이 꼽혀왔던 것.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은 향후 전자소재분야를 이끌 이재용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라면, 후속으로 화학계열은 삼성석유화학 최대주주로 향후 이를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쪽에 밀어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이부진 사장은 이번 합병으로 지분율은 크게 떨어졌지만 삼성종합화학과 토탈로 이어지는 종합화학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삼성석유화학의 기업가치는 이번 합병비율 등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삼성종합화학과 석유화학의 합병비율은 1대2 정도지만 기업가치에서 석유화학은 종합화학의 6분의 1 수준으로 추산됐다. 이 탓에 석유화학 지분 33.18%를 보유, 최대주주였던 이부진 사장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4.91%까지 떨어진다.
지분율은 크게 떨어지지만 합병법인의 주요 주주는 최대주주인 삼성물산(33.99%)을 비롯한 삼성테크윈(22.56%), 삼성SDI(9.08%), 삼성전기(8.91%), 삼성전자(5.28%) 등 삼성계열들. 계열간 복잡한 지분구조로 얽혀 있는 만큼, 합병법인의 개인최대 주주가 오너 일가 중 이부진 사장이라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게 재계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화학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삼성물산이지만,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또 삼성SDI, 삼성SDI 최대주주는 삼성전자 등 계열간 복잡한 지분 관계보다, 결국 3세가 보유한 개인 지분율이 계열분리 작업의 주요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지주회사격인 에버랜드의 사업재편에 이은 삼성의 전자소재, 화학계열간 합병 등 작업이 잇따르면서 다음으로 거론되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 분야 합병가능성도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재계가 관측하는 삼성가 3세 후계구도는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전자와 금융은 이재용 부회장이, 호텔 및 건설, 중화학은 이부진 사장이, 패션 등은 이서현 사장이 나눠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측은 "승계 구도와 관련 (계열 분리 등은) 결정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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