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지난해 9월 경기도 판교 벤처기업상생협의체 4차 회의장. 이날 협의체 회의에서 네이버는 "윙스푼, 윙버스, 네이버 키친, 네이버 쿠폰, 네이버 굿모닝 알람앱, 워너비를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대한 침범 논란이 심해지자 네이버는 관련 서비스를 과감히 접겠다는 의사를 공개했다. 검색 점유율 70%, 포털 1위 업체인 네이버가 사업에서 발을 빼겠다는 소식에 중소업체들은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해 말 네이버가 맛집소개 서비스 '윙스푼'을 철수하면서 맛집서비스 업계는 제법 효과가 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9월 이후 네이버 검색창에 '동네 맛집'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전문 업체의 리스트와 콘텐츠가 바로 등장한다.
이원우 메뉴판 닷컴 대표는 "트래픽이 2배 정도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맛집 정보 앱 '식신'을 운영 중인 안병익 씨온 대표 역시 "네이버의 윙스푼이 사업을 종료하면서 트래픽이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면서 "다만, 맛집 서비스 업체끼리 더 많은 이용자를 유입시키기 위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났는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맛집소개 서비스의 경우 네이버가 검색의 지배력을 앞세운 것에 따른 문제로 분석할 수 있다. 네이버의 검색결과를 부각시키고 경쟁사를 홀대했다는 것이다. 이는 검색과 광고를 분리하는 검색의 중립성을 지키도록 협의되고, 검색시 중소업체 사이트 노출, 네이버의 사업영역 철수 혹은 지원 등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웹소설 영역에서도 과거 '네이버 웹소설 '네이버 웹툰' 등 자체 제공서비스만을 표시했지만 이제는 자체 제공공서비스와 함께 외부 콘텐츠 검색 결과가 같이 표시된다.
◆부동산 철수, 기대와 다른 결과로?
네이버가 빠진 뒤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게 아닌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네이버의 골목상권 침범 이슈를 불러일으킨 대표적 영역이지만,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네이버는 부동산 전문 서비스 업체들의 매출이 떨어졌다는 지적과 부동산 서비스사업자들의 반발로 2009년부터 운영해온 자체 매물정보 서비스를 오는 5월에 종료키로 했다. 앞으로 네이버는 부동산114, 부동산뱅크, 부동산써브 등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의 매물정보를 유통하는 플랫폼 역할만 담당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는 네이버가 철수하면 부동산 전문 콘텐츠 업체와 공인중개사들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대기업 계열사인 부동산114가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올 1월 랭키닷컴 순위에서 점유율 45.9%를 차지했다. 네이버부동산에 올라가는 매물 정보의 상당수를 부동산114가 차지하고 있다. 결국 부동산서비스 시장은 인터넷 대기업에서 오프라인 대기업으로 1위사업자가 바뀐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공인중개사들의 부담이 늘어날 듯하다. 지금은 공인중개사가 네이버부동산에 직접 매물을 등록할 수 있지만 오는 5월부터 네이버에 매물을 등록하기 위해선 부동산114와 같은 부동산 정보 전문회사에 가입을 해야 한다.
부동산114에 가입한 공인중개사가 네이버부동산에 매물을 노출시키려면 건당 1천500~2천원의 실비를 매물 확인 가격으로 지불해야 한다. 매물 정보의 신뢰도를 위한 조치로, 그 부담은 공인중개사가 안는다. 가입비와 연회비, 상품가입비를 포함하면 공인중개사의 부담은 기존보다 더 늘어난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시장은 네이버 존재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힘든 상황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권모 씨는 "네이버가 매물 등록비용 50% 인하 조치를 취한 것이 오히려 중개사무소에겐 더 이득"이라며 "이전에는 네이버 부동산에만 등록하면 광고 효과를 볼 수 있었는데 네이버 부동산이 종료되면, 여러 부동산 전문 업체에 광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체감 차이 "글쎄요"
네이버가 철수해도 시장에서는 느끼는 변화의 체감정도가 적은 분야도 있었다. 지난해 말 서비스를 종료한 네이버 굿모닝 알람앱과 패션 SNS 서비스 워너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는 "네이버가 굿모닝 알람앱 철수 발표 전부터 알람앱이 시장 1위였고, 네이버가 사업을 종료하는 것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이나 영향은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후 네이버의 도돌런처에 말랑스튜디오의 캐릭터 테마를 활용하거나, 네이버 ‘밴드’에 이모티콘을 탑재하는 등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인 패션SNS '스타일쉐어'는 네이버의 '워너비'의 철수 효과에 대해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네이버는 지난 9월 스타일쉐어와 패션 콘텐츠 분야 상생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신규 비즈니스 모델 공동 개발 등을 위한 협력 강화를 밝힌 바 있다.
스타일쉐어의 콘텐츠는 지난 2월부터 네이버 이미지 검색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워너비는 네이버 이슈가 있기 전에도 누적 앱 다운 60만 건을 돌파하는 등 패션 영역 스타트업 가운데 주목받는 곳 중의 하나였으며, 최근 2.0버전을 선보이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윤자영 스타일쉐어 대표는 "지난달 서비스를 크게 업데이트 한 이후 적용된 것으로 한 달이 채 안됐기 때문에 아직 그 효과를 말하긴 이르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네이버의 조치보다 서비스의 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철수...그후, 인터넷 규제를 어찌하나
아직까지 일부의 긍정적 효과와 일부의 부정적 효과로 전체를 판단하기는 이를 것이다. 네이버의 골목상권 철수로 인해 중소기업의 매출이 크게 늘거나 사업이 확산된 것은 아니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소비자들은 검색 상단에 노출된 서비스라고 해도 한두번 써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찾지 않는다"며 "네이버 검색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불거진 인터넷 규제이슈는 지배력을 활용해 경쟁자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라며 "네이버의 철수가 특정 사업자의 실적이나 이윤으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9월 '네이버논란'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부동산 업계의 타격은 네이버 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경기의 침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이 교수는 대기업이라고 해서 업종을 제한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룰(rule)를 지키느냐의 여부를 규제의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처럼, 네이버의 골목상권 철수 이슈가 우리 인터넷 업계에 던진 화두는 공정한 경쟁의 룰을 통해 건강한 인터넷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미하기자 lot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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