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 김현주기자] 이맹희-이건희 형제간 삼성가 재산분쟁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압승으로 일단은 일단락 됐다.
법원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2년여를 끌어온 삼성가 소송에서 원고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패색이 더욱 짙어졌다.
특히 항소심에서 불거진 이건희 회장의 경영승계에 대해서도 재판부가 이미 형제들의 묵인하에 이뤄진 것으로 판시하면서 이 회장으로서는 명분과 실리 모두를 챙긴 셈이 됐다.
이 회장의 경영 승계의 정통성이 인정받으면서 3세 경영, 즉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후계 구도 역시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이맹희씩 측이 상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지리한 법정 다툼이 이어질 불씨는 남은 형국이다.
6일 서울고법 민사14부(부장판사 윤준)는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장남 이맹희씨가 삼남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이맹희씨의 청구를 기각 및 각하했다.
법원은 1987년 상속개시 당시 상장기업의 차명주식 보유 관행이 성행했고 이맹희씨를 비롯한 공동 상속인들이 차명주식을 보유했던 점을 들어 원고 측이 애초부터 이 소송의 청구 대상인 삼성생명, 삼성전자 차명주식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봤다.
현행 '상속회복청구권'제도는 (상속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상속권 침해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침해행위가 일어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1987년 선대회장 타계 당시 이맹희씨 측이 차명주식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이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선대회장이 삼성 그룹 후계자로 이건희 회장을 미리 결정했고, 나눠먹기식 재산분배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해왔던 점을 들어 공동상속인들이 이건희 회장의 주식 보유를 양해 및 묵인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삼성특검과 1심 재판을 통해 상속 원주로 밝혀진 삼성생명 보통주 12만6천985주는 제척기간 도과로 다른 상속인에게 나눠줄 필요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나머지 청구 주식에 대해서도 상속 재산으로 보기 어렵거나, 상속개시 당시 재산과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 사실상 이 회장의 압승으로 마무리 됐다.
◆정통성 인정, 후계구도 탄력 받을 듯… 이맹희씨측 "상고 검토" 불씨
특히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불거진 이건희 회장의 경영승계의 절차와 정통성 문제를 법원에서 받아들이지 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를 갖는다.
실제 이맹희씨측은 2심 재판을 진행하면서 이건희 회장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경영권을 획득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 회장이 다른 형제들 몰래 차명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변경했고, 선대회장이 이 회장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았으며 삼성그룹을 공동 경영하길 원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을 제치고 삼남인 이건희 회장으로 이어진 후계구도의 정통성을 정면으로 문제 삼은 셈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 판단은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맹희씨측이 제기한 소송은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정통성을 다시 한번 인정시키는 셈이 됐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이 2심 재판의 판결의 의미를 '정통성 인정'에 방점을 찍은 것도 이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건희 회장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의 윤재윤 변호사는 "차명주식 존재뿐 아니라 이를 피고에 귀속한 사실을 다른 상속인이 미필적으로 알고 있었다는 2심 재판부 판단은 귀속에 대한 정통성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동안 드러난 사실 관계를 비춰볼 때 합당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2심에서는 1심에 이어 (이 같은 정통성들이) 증거조사에 의해 밝혀지고 진전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건희 회장이 승소 하면서 재산 분할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실익과 함께 경영승계에 대한 정통성 인정 등 명분까지 얻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진 삼성의 3세 경영, 즉 후계구도 역시 힘을 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대법원 등 법정 공방이 이어질 여지는 남았다. 이날 이맹희씨측은 이번 항소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법무법인 화우 차동언 변호사는 "사실 관계 입증이 부족했겠지만 확인한 진실과 다르게 재판부가 판단한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라며 "상고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따라 2012년 2월 시작한 삼성家 상속재산 반환청구 소송은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이맹희씩 측이 항소심마저 패하면서 상고를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승소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양측이 지리한 공방을 끝내고 조정을 통한 화해에 나설지도 주목된다.
박영례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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