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주 FTA 실질적 타결"…국내 영향은?

[정기수기자] 우리나라와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4년 7개월 만에 타결됐다.

우리나라의 호주에 대한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5%의 가솔린 중·소형 차량 관세가 즉시 철폐돼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주요 수입품인 농축산물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난 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중 앤드루 롭 호주 통상장관과 회담을 열어 양국간 FTA 협상을 실질적으로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양측은 향후 일부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와 협정문 전반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FTA 협정문에 대한 가서명을 추진키로 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에서 국회 비준 절차가 차질없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오는 2015년부터 한-호주 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협정 발효 후 8년 이내에 현재 교역되는 대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에 합의했다.

한국의 대(對)호주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관세율 5%)의 경우 주력품목인 가솔린 중형차(1천500~3천㏄), 소형차(1천∼1천500㏄) 등 20개 세번(수입액 기준 76.6%)에 대해 즉시 관세철폐에 합의했다. 나머지 승용차(수입액 기준 23.4%)는 3년간 철폐한다. 자동차 관세를 즉시 철폐 조건으로 타결하는 것은 한-호주 FTA가 처음이다.

윤상직 장관은 "그동안 다른 FTA에서는 자동차 관세를 보통 3∼5년 후 철폐하는 조건으로 합의됐는데, 이번에는 즉시 철폐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우리 측 주요 관심품목인 TV·냉장고 등 가전제품(관세율 5%), 전기기기(대부분 5%), 일반기계(5%) 대부분의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자동차부품(관세율 5%)은 3년내 없어진다.

반면 농축산물은 피해가 예상된다. 쇠고기의 경우 FTA 발효 이후 관세를 매년 단계적으로 낮춰 15년차에 완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수입쇠고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축소될 경우 국내 축산물 시장과 축산농가에 타격을 미칠 전망이다. 쌀과 분유·과일·대두·감자 등 주요 민감품목들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우리에게 유리한 조항인 투자자국가소송(ISD) 조항은 관철했다. ISD는 자국기업의 해외투자가 많은 나라에는 유리하고 반대로 외국기업의 자국투자가 많은 나라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호주는 대표적인 자원부국으로 외국기업의 투자가 많아 줄곧 ISD 조항 삽입에 반대해왔다.

한편 정부가 협상 참여에 '관심 표명'을 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인 호주와의 양자 FTA가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한국의 TPP 협상 관련 입장에도 참여 쪽으로 무게가 실릴 전망된다.

윤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우리나라의 TPP 참여 문제와 관련한 예비양자협의가 진행됐다"며 "호주도 우리의 TPP 관심표명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 입장을 나타났고, 양측간 우리의 TPP 참여 문제에 대해 앞으로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