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저작권은 흔히 개발자의 권리로만 인식된다. 여전히 SW 불법 복제율이 높은 국내 환경 탓이 크다. 'SW 저작권=불법SW=불법사용자'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연상 구조다.
그러나 저작권을 개발사들을 지켜주는 만병통치약으로만 보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그 반대편에는 오히려 저작권이라는 칼을 휘두르며 사용자를 압박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기 때문이다.
아직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라 성급히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무료 사진캡쳐 프로그램인 '오픈캡쳐'의 유료화 전환 논란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수년 간 무료로 배포하던 SW를 어느날 갑자기 유료로 바꿔 버리고 구매를 요구하는 것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용자들을 한순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어 버린 셈이다.
이 논란은 결국 현재 법적 분쟁으로 확산됐다. 지난 4월 8개 기업이 오픈캡쳐의 판매회사인 아이에스디케이(ISDK)에 소송을 제기한 이후 지금까지 178개 기업과 기관이 가세한 상태다.
그게 다가 아니다. 최근에는 한 외국 SW 기업이 법무법인까지 앞세우며 감사 수위를 높여 고객들의 불만을 샀다. 감사를 통보하고 승인하지 않으면 불법 SW를 사용한다 여기고, 라이선스를 철회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중소기업들에는 사실상 사업을 접으란 소리나 다름 없다.
경쟁자가 적은 특수 분야의 SW 영역으로 하면 더 심하다. SW 업계 한 관계자는 "법을 '이용'할 줄 아는 저작권사가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을 상대로 이익을 챙기려 드는 것과 다름 없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업계에서는 'SW 업계에도 내부고발자가 나와야 한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 소리가 나올까. 그러면 사용자들이 저작권사들의 이러한 횡포에 무방비로 당하진 않겠냐는 이유에서다.
이렇듯 저작권은 기업들에 크나큰 리스크(Risk)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제대로 알고 대응하는 곳은 드물다는 것도 문제다. 지적재산권을 갖고 먹고 사는 SW 기업조차 이를 담당하는 전업 인력을 보유한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제는 SW 저작권을 개발자의 권리만이 아닌 사용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하지 않으려면 소프트웨어 사용자인 소비자가 더 똑똑해져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SW 사용자의 권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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