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MP3 플레이어(MP3P)가 벼랑 끝에 내몰렸다. 2000년대 초반 온라인 음원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전성기를 누렸던 MP3플레이어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나 CD플레이어처럼 자취를 감출지, 과거만큼 대중적인 기기는 아니라도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지 기로에 선 형국이다. MP3플레이어가 생존의 돌파구를 찾을 지 주목된다.
3일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 규모는 판매량 기준 6억1천300만달러(한화 약 6천584억원)로 전년대비 22%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4년안에 시장 규모가 4천만달러(약 429억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리버와 코원 등 MP3P 제조사들이 벤처 신화를 쓰기도했던 국내도 사정은 마찬가지. 판매량이 매년 줄고 있다.
MP3플레이어 업계 관계자는 "국내 MP3플레이어 판매량이 2009년에 200만대 가량이었고, 매년 25만~50만대가 줄어들어 지난해 100만대 수준을 기록했다"며 "국내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의 경우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거나 1년에 1종~2종 정도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을 공략하거나, 스마트폰과 연계성 있는 MP3플레이어를 앞세워 정면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소니는 휴대성을 강화한 MP3플레어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헤드폰 일체형 MP3플레이어, 방수 기능이 탑재된 이어폰 일체형 MP3플레이어를 선보인 것. 이들 제품은 헤드폰과 MP3플레이어가 일원화돼있어 이동중이나 여행시 사용하기에 편리하다.
지난달 공개된 NWZ-WH 시리즈는 헤드폰에 내장 메모리를 탑재한 헤드폰 일체형 MP3플레이어다. 조작도 헤드폰에 달려 있는 버튼으로 한다. NWZ-W274S는 이어폰 일체형 MP3플레이어로 수심 2m에서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수 기능을 제공한다.
아이리버는 고음질 서비스에 공들이고 있다. MQS(마스터링 퀄리티 서비스)라는 고음질 음원을 재생하는 '아스텔앤컨'을 선보였다. 음악 애호가를 위한 단말기와 콘텐츠로 틈색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MQS는 24비트 고음질 원음 서비스다. 기존 CD의 16비트 음질은 주파수의 음을 0초~1초 사이에 4만4천100번 나누지만 24비트 음질은 같은 시간에 음을 19만2천200번으로 잘게 나눠 미세한 음질을 구현한다.
아스텔앤컨은 가격대가 70만원~140만원이다. 아이리버는 지난 4월 MQS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MSQ 음원 사이트 그루버스를 열었는데 현재까지 2만여곡이 확보된 상태다.
◆전화만 안되는 아이폰·갤럭시?
애플과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서 쌓은 노하우를 MP3플레이어에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의 MP3플레이어는 스마트폰과 겹치는 기능이 많다.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은 아이팟터치·아이팟나노·아이팟셔플 등의 라인업을 갖고 있다. 아이팟터치는 전화만 지원되지 않는 아이폰에 가깝고, 아이팟나노와 아이팟셔플은 작고 가벼워 휴대하기에 편리한 제품이다.
아이팟터치는 MP3 외에도 동영상이나 게임도 즐길 수 있는 플레이어다. 와이파이를 지원해서 인터넷도 접속할 수 있다. 콘텐츠는 아이튠스나 앱스토어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아이팟터치의 경우 통신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층 수요가 크다"며 "음악 감상 외에도 게임 디바이스로 활용하기에 좋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음악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플레이어를 선보였다. 기존 MP3플레이어 브랜드 '옙'은 철수했다.
업계관계자는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이 갖고 있는 노하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5년 이상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온 아이팟 외엔 어느 유형의 제품에 수요가 있을지 시일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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