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이달 국내 알뜰폰(MVNO) 가입자가 200만명을 돌파한다. 지난 7월말 기준 알뜰폰 가입자는 193만여명. 그동안의 가입자 증가 추세를 볼 때 8월 말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 김경만 통신경쟁정책과 과장은 "알뜰폰 가입자 수가 올해 초에는 7~8만명씩 늘었는데 지난 7월에만 11만명 가량이 증가했다"며 "더 저렴하고 다양한 알뜰폰 요금제가 출시되고 있는 만큼 200만명 돌파는 무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뜰폰(MVNO: 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이란 기존 통신사업자의 망을 도매로 임대해 일반 소비자에 소매하는 통신 서비스를 뜻한다.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통화품질은 기존 통신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아직까지 일부 부가서비스에 차이가 있지만, 이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수조원에 달하는 망 투자비용 없이 소매사업을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사업자들이 자사의 서비스와 연계해 알뜰폰 사업을 할 수 있다. 대형 유통사나 할인마트가 20~40% 가량 저렴한 통신요금과 자사 서비스를 연계해 내놓을 수 있다.
사업자들이 도매로 망을 임대할 수 있는 것은 정부가 무선 기간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에 일정 부분의 망을 도매로 임대할 것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KT나 LG유플러스 역시 의무사업자는 아니지만 도매로 판매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정부는 뿐만 아니라 알뜰폰 사업자에 제공하는 도매가격도 지정, 소매사업자들이 싸게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14일 미래창조과학부는 기존 통신사들이 알뜰폰 사업자에 제공하는 도매대가를 작년보다 음성 22%(54원/분 →42.3원/분), 데이터 48%(21.6원→ 11.2원) 인하하도록 결정했다. 다량구매 활인의 적용 하한선도 2천250만분에서 1천만분으로 낮췄다.
알뜰폰도 LTE 서비스, 컬러링·MMS 등을 도매제공 의무대상 서비스에 포함했다.
즉, 소매사업자들이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등과 계약을 맺고 더싸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연 셈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최소 20%에서 최대 50% 가량이 저렴한 요금제도 가능해지고 있다"며 "국민들이 통신요금에 대한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요즘 알뜰폰에서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7개나 되는 알뜰폰, 어디서 가입?
미래부에 따르면 현재 27개의 알뜰폰 사업자가 알뜰폰을 판매하고 있다. KT 망을 빌려쓰는 사업자는 CJ헬로비전과 에넥스텔레콤, 에버그린모바일, 온세텔레콤, 프리텔레콤, 위너스텔, KT파워텔, S로밍, 씨앤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홈플러스가 있다.
SK텔레콤의 망을 빌려쓰는 업체는 자회사인 SK텔링크와 KCT, 유니컴즈, 아이즈비전, 스마텔, 에스원, 큰사랑컴퓨터, 한국정보통신 등 8개 업체다. LG유플러스 망을 빌려쓰는 업체도 리더스텔레콤, 몬티스타텔레콤, 머천드코리아, 비앤에스솔루션, 스페이스네트, 에프아이텔, 자티전자, 씨앤엠브이엔오, 인터파크 등 9개 회사다.
알뜰폰은 일반 통신사처럼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가서 가입할 수도 있지만 알뜰폰을 취급하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알뜰폰 사업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가입신청을 받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단말기가 있다면 알뜰폰 사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원하는 요금제 가입신청을 할 수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주로 TV홈쇼핑이나 대형마트, 편의점, 일부 백화점 등에서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는 단말기를 판매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수는 그리 많지 않다. 9월중 우체국에서도 알뜰폰을 판매할 예정이다.
문성광 에넥스텔레콤 대표는 "기존 알뜰폰 가입절차가 쉽지 않고 매장이 없어 가입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9월중에 시작될 우체국 알뜰폰 수탁판매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알뜰폰 활성화, 여전히 갈길 멀어"
그럼에도 알뜰폰 사업이 성공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5천만 이동통신가입자에서 알뜰폰이 차지하는 비율은 4% 가량에 머물러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기준 독일의 알뜰폰 가입자 비중은 20%에 달한다. 네덜란드는 14%, 영국도 12%의 이동통신 이용자가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 등도 알뜰폰 사용자 비중이 점점 늘어 8%까지 올랐다.
우리 정부는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어나 요금인하 압박이 거세지자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알뜰폰 육성에 나섰다. 기존 통신사 요금 대비 20~40% 가량 저렴한 알뜰폰을 활성화시켜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동시에 정부는 제 4이동통신 사업자를 선정해 통신 시장에 경쟁을 촉발시킨다는 구상이었다. 이를 통해 요금인하를 유도하고 다양한 서비스경쟁에 불을 지펴 자연스럽게 가격인하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
하지만 휴대인터넷 와이브로를 이용한 제 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사업은 방송통신위원회 출범 이후 지금까지도 적정 사업자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알뜰폰 사업 성공에 정부가 목을 매는 것은 요금인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적절히 정책을 수행하지 못한 까닭과도 연결돼 있는 것이다.
미래부 손승현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정부의 알뜰폰 가입자 목표를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8% 가량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10% 정도는 되도록 다양한 정책을 구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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