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PC에서 모바일로 확장된 컴퓨팅이 '사물간 인터넷(IoT, Interet of Thing)'이라는 새로운 성장점을 맞이하고 있다.
모바일이 100억 대의 단말기가 연결되는 컴퓨팅 환경을 만들어냈다면 '사물간 인터넷'은 단말기 숫자를 그 10배인 1천억 대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PC가 데스크톱과 노트북이라는 두 가지 모습으로 이용자들을 찾았지만 모바일 컴퓨팅은 바와 플립, 터치, 스마트폰, 태블릿, 패블릿 등으로 확장·변형했고 '사물간 인터넷'을 통해 거의 모든 가전기기가 연결되는 컴퓨팅 환경을 가능케 한다.
영국 반도체 IP기업인 ARM은 "지난 2012년 세계에서 선적된 임베디드 콘트롤러 칩수는 총 17억2천만 개로 오는 2020년 경에는 '사물간 인터넷' 기기의 수요로 인해 시장 규모가 연간 27억 개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ARM은 사물간 인터넷으로 2020년에는 1천억 개의 센서가 35제타바이트(ZB, 10의 21승) 규모의 데이터를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1제타바이트는 1조 기가바이트(GB)에 해당하는 용량으로 이들 센서가 탑재되는 수요처는 자동차를 비롯, 교통, 의료, 유틸리티, 소매, 에너지 등 광범위하다.
EMC 역시 시장조사기관 IDC에 의뢰한 '디지털 유니버스 보고서'를 통해 현재 2.8 ZB 수준인 데이터처리량이 2020년에는 40ZB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같은 성장성이 예측되자 임베디드콘트롤러의 코어 설계업체인 ARM은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사물간 인터넷' 구현을 위한 포럼을 창립하는 등 표준 마련 주도에 나섰다.
김영섭 ARM코리아 사장은 "사물간 인터넷은 아직 표준이 마련되지 않았고 인터넷으로 연결할 경우 기기들이 연결되는 접점마다 프로세싱을 처리할 마이크로콘트롤러(MCU)가 필요하다"며 "ARM이 컨소시엄 구성에 나선 것은 모바일과 이들 기기간 호환을 위해 표준을 마련코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진영 가장 먼저 대응 나서
상황이 이렇게 보니 이같은 흐름에 가장 먼저 대응하고 나선 곳은 반도체칩 업체들이다.
각종 단말기들이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선 센서가 탑재돼야 하고 이들 센서에서 보낸 정보를 교환하는 통신칩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사물간 인터넷' 생태계에선 NFC,블루투스, LE 및 Wi-Fi 등 다양한 근거리 통신방식을 통해 손목 시계 표시부, 의료 장비 센서, 스마트 포스터 및 가정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등과 같은 다양한 기기 및 주변 장치와 통신을 주고 받는다.
시스템반도체 업체들은 '사물간 인터넷' 시대에 기존 통신망을 대체할 기술로 근거리 통신 솔루션인 지그비에 주목하고 관련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그비는 와이파이(Wi-Fi)에 비해 전력 소모가 적고 통신 주파수가 안정적이며 사용되는 센서의 원가가 저렴해 차세대 통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또 한번에 최대 7개의 기기만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와 달리 최대 1천대의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통신장비기업인 시스코는 지난 7월 초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시스코 라이브 2013' 행사에서 사물간 인터넷을 넘어 사람과 프로세스, 데이터까지 세상의 모든 만물이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개념의 만물인터넷(IoE, Internet of Everything)을 주창했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은 이 행사 개막 기조연설에서 만물인터넷을 "모바일, 클라우드, 사물간 인터넷이 결합한 4세대 인터넷"이라고 규정했다.
시스코는 통신장비 기업답게 '만물인터넷' 개념을 앞세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 데이터처리량이 현재 10~20배 수준으로 증가하게 되면 자연스레 시스코도 IT산업의 최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만물인터넷 시대를 지원하기 위해 시스코는 'ONE(오픈네트워킹환경)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크 아키텍처'와 데이터센터 전략인 '애플리케이션 중심 인프라(ACI)' 등을 준비하고 있다.
리서치 자문기관인 가트너는 올 초 '사물간 인터넷'을 2013년 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10대 기술 및 트렌드 중 하나로 꼽으며 "PC, 스마트폰 등 컴퓨팅 기기들이 더 이상 모바일 통신망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가전, 각종 센서 등과 통신을 주고 받으며 다양하고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ARM의 공동창업자인 마이크 뮬러 최고기술책임자(CFO)는 "사물간 인터넷은 아이디어를 가진 어떤 사람도 이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인터넷처럼 사물간 인터넷도 하나의 어떤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양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이 하나의 앱이나 하나의 시장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보이듯, 사물간 인터넷은 다양한 시장이 각기 다른 속도와 시간에 따라 그에 맞는 방식을 채택해서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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