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기자] 외주제작 업계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대중문화 및 방송분야 표준계약서만으로는 현재의 어려운 외주제작 환경을 개선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김종학PD의 자살 사건으로 외주제작사들의 어려움이 화두가 되는 시점에서 문체부가 지난 7월 30일 방송사, 제작사, 출연자 각계와의 합의를 거쳐 발표한 '표준계약서'가 취지와 의미는 훌륭하나 실효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
정부가 제정한 표준계약서는 방송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됐던 쪽대본을 방지하고 출연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출연료를 지급하는 등 방송사와 외주 독립제작사, 출연자와 독립제작사 간의 지침을 담고 있다.
이중 '방송프로그램 제작 표준계약서'는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외주제작사의 저작재산권을 인정하고 방송사와 제작사의 제작비 내역 명시 등을 담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표준계약서, 관행과 크게 다를 바 없어"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저작재산권의 경우 제작에 있어서 방송사와 제작사의 '기여도'에 따라 배분할 수 있으며 배분율은 협의하에 결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외주제작 업계는 의미 있는 조항이지만 실효성이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법적강제력이 없고 표준대로 지켜진다 해도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협의하에' 배분한다면 제작사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는 방송사에게 유리한 지금까지의 관행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송병준 부회장은 "당사자들이 모여 협의를 거쳐 표준계약서를 만든 것은 의미있는 발전이지만 수치를 표시한 것도 아니어서 그동안의 계약 관행과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독립제작사협회 정영화 회장도 "협의하에 지키자던 2002년 제작 가이드라인도 휴지조각이 된 바 있어 실제로 계약 조항이 취지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감시와 독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방송사들도 적극적으로 실천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준계약서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부담하는 제작비 세부내역도 명시하도록 했으며 프로그램 납품 후 방송사의 사정으로 방송하지 않는 경우에도 방송사는 외주제작사에 완성분에 대한 제작비를 지급해야 한다.
◆"부실 제작사에 제작 못 맡기게 할 제도 필요"
하지만 외주제작사의 근본적인 재정적 문제는 절반의 제작비를 자체충당해야 하는 구조에서 온다.
편당 3억 원의 드라마 한 편을 제작한다면 방송사가 1억5천만원 가량을 내고 나머지는 외주제작사가 광고 유치 등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광고 영업에 실패할 시 손해를 떠안아야 하며 이는 출연료 미지급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표준계약서 제정과 별도로 외주제작사 '등록제' 도입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외주제작사를 운영하려면 문체부에 신고의무도 등록의무도 없고 자본력 등의 건실함이 입증되지 않은 업체도 방송사와 계약만 따내면 자유롭게 제작을 할 수 있다. 부실한 업체가 외주제작 계약을 수주할 목적으로 유명작가나 배우를 고가의 대가를 제시해 섭외하고 방송사에게는 적은 제작비만을 요구하는 식으로 리스크가 큰 계약을 체결하는 관행을 막아야 된다는 것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이시권 사무총장은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출연료 지급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곳만 외주제작사로 등록해 사업하도록 하면 제작비 자체 충당에서 오는 부작용 사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는 부실한 업체가 방송사의 외주계약을 가져감으로써 기존의 건실한 업체의 파이를 줄이는 것을 막는 효과도 있어 건실한 제작사들의 제작환경 개선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문체부 강석원 방송영상광고과장은 "콘텐츠 산업은 타산업과 달리 다양성이 중요시 되므로 등록제 도입시 자칫 진입장벽을 높혀 다양성을 막을 우려가 있어 쉽게 추진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며 "관련 업계와 지속적으로 논의해 혜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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