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매년 만우절이면 게임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돌았다. '넥슨이랑 엔씨소프트가 합병한다', '넥슨이 엔씨소프트를 인수했다'. 게임업계 단골 만우절 거짓말이던 이 말이 사실이 된 것은 지난해 6월 8일이다.
지난해 6월 8일, 넥슨(일본법인)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14.7%를 약 8천45억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분율 9.99%로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
게임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영원한 라이벌일 것 같던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한배를 탄다는 것은 게임업계 역사상 가장 큰 뉴스였다. 다양한 시각의 분석기사가 쏟아졌고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매각 이유에 대해서는 갖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과연 그들의 동맹은 언제 위력을 발휘할까.
◆김정주-김택진, 공동 M&A를 모색하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힘을 합치기로 한 이유는 위기감 때문이다. 지난해 6월을 돌이켜보면 리그오브레전드가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었고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가 한국 게임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외산게임의 공세에 한국 게임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었다.
두 게임 거물은 의기투합했다. 이대로 있다간 외산 게임들의 공세를 이겨내지 못한다는 쪽으로 결론을 냈고 김택진 대표가 김정주 창업자에게 지분을 일부 매각, 두 회사가 한 핏줄 회사가 돼야만 글로벌 게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6월부터 넥슨과 함께 인수합병을 추진했는데 잘 안됐다"며 "지분양도를 통한 자금은 향후 더 큰일을 위해 쓸 것이다. 넥슨과 힘을 합쳐 한국 게임산업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의 말처럼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공동으로 글로벌 게임사 인수를 추진했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가 인수하려는 회사가 밸브 혹은 블리자드라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확인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후에도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게임사 인수 추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주 대표는 지금도 끊임없이 글로벌 게임사를 방문하면서 가능성 있는 업체 인수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모바일게임 시대, 넥슨-엔씨 연합군의 행보는?
사실 넥슨이 엔씨소프트의 최대주주에 등극한 이후 게임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온라인게임이 주름잡던 게임 시장에 모바일게임이 갑자기 부상하면서 넥슨-엔씨 연합군의 계획도 일부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온라인게임으로 성장한 회사다. 대표작도 바람의나라,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리니지, 아이온 등 모두 온라인게임이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모바일게임 시대에 대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모바일게임 시대에 접어들면서 두 회사의 행보는 명확하게 갈렸다. 넥슨은 일본 모바일게임사 글룹스를 인수한 뒤 모바일게임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넥슨플레이를 통해 넥슨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모바일게임을 공급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킬러타이틀 개발에 매달렸다. 엔씨소프트는 2013년을 모바일게임 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히트작인 리니지, 아이온 등을 모바일게임으로 구현하기 위해 핵심 개발진들을 모바일게임 개발에 투입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가 모바일게임 시대에서 어떻게 두각을 나타낼지는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스퀘어본부의 신작게임, 양사 협업의 결정체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협업 시너지 효과는 N스퀘어본부에서 개발중신 신작게임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넥슨은 회사의 핵심 개발자인 김동건 본부장과 개발진들이 엔씨소프트 소유 건물로 출근하면서 엔씨소프트 개발진들과 함께 게임 개발에 매진하도록 하고 있다. N스퀘어본부가 바로 그 개발진이다.
N스퀘어본부는 현재 마비노기의 후속작인 마비노기2 아레나를 개발하고 있고 마비노기영웅전 총괄 디렉터인 이은석 디렉터가 이끄는 또다른 신작 프로젝트도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플스토리의 후속작도 N스퀘어본부가 담당하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비단 온라인게임 개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마비노기2 아레나나 이은석 디렉터의 신작 프로젝트, 그리고 메이플스토리의 후속작도 모바일게임과의 연동을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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