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재계 1위인 삼성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차원의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사실 창조경제는 출발부터 논란을 불러왔다. 뭔 소리인지는 대충 알겠지만 용어가 애매한 게 사실이고 공유되기에는 철학 또한 부족했기 때문이다. 정부 관료마저 그 의미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니 기업인들이야 오죽했겠는가. 대통령의 거듭된 역설에도 불구하고 재계에선 창조경제란 말에 콧방귀 뀌는 자가 적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달랐다. 이 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헤이 애덤스 호텔에서 개최된 박 대통령과 방미 경제사절단의 조찬간담회에서 “창조경제는 앞으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재계의 콧방귀를 상당히 해소시킬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 회장의 발언 이후 삼성 그룹은 즉각적인 지원책을 쏟아냈다.
지난 13일에는 기초과학, 소재기술, ICT 융합과제 등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았다. 이 분야에서 한국의 수준을 결정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을 설립하고 매년 1천500억원씩 10년간 1조5천억원을 투입키로 한 것이다. 재단은 아이디어를 보유한 개별 연구자들에게 자금을 지원한다. 특히 개발자가 지적재산권을 소유케 함으로써 연구 의지와 욕구를 불태우게 할 계획이다.
15일에는 소프트웨어(SW) 발전을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앞으로 5년간 1천700억원을 투입해 5만명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매년 2천명씩 1만명을 채용하겠다는 게 골자다. SW는 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가 향후 나아갈 대안으로 삼고 있는 바이고 이 또한 창조경제의 핵심적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 또한 벤처와 ICT 융합을 통한 창조경제 추진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부와 재계가 제대로 궁합을 맞춰가고 있는 셈이다.
삼성은 그러나 이것으로 새 정권에 적당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고 생각할 때가 아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고민해줬으면 한다.
동반성장 문제다. 주지하듯 지금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갑을(甲乙) 문화 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갑을 관계에는 여러 형태가 있겠지만 그중 핵심은 역시 경제적인 문제다. 최근의 사태는 대기업 일부 임직원의 폭언으로 불거졌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잠복된 경제적 ‘을’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고 봐야한다.
이 문제를 풀자고 정부에서는 동반성장위원회까지 만들었다. 또 지난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서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하늘을 찔렀다.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 제정 문제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듣는 바에 따르면, 삼성 그룹은 이미 ‘창조경제’ 지원방안에 대해 정부와 상당한 수준에서 조율을 끝마쳤다고 한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지원책 또한 그 일환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특히 다음 주 중에는 ‘창조경제 지원책 3’이 발표될 수도 있다는 게 재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만약 그런 게 예정돼 있다면 그것이 삼성과 협력업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감동적이고 실효적인 대책이기를 바란다. 만약 그런 게 있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동반성장과 관련해 대기업 그룹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꾸게 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고민해주기 바란다. 대기업 그룹이 동반성장과 관련해 통 크고 전향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 박근혜 정부 또한 기업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재계 1위인 삼성이 이 큰 상생의 물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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