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지긋지긋한 보조금 과열이 이번에도 SK텔레콤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22일간 이어진 '영업정지'라는 규제당국의 강력한 처분이 있었지만 한번 불붙은 통신사들의 마케팅 경쟁을 진화하기엔 역부족이었다. SK텔레콤은 영업일수 63일동안 무려 9천억원의 마케팅비를 사용하며 스스로 실적 악화를 불렀다.
SK텔레콤은 국제회계기준(K-IFRS)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2013년 1분기 매출 4조1천126억원, 영업이익 4천106억원, 순이익 3천459억원을 기록했다고 2일 발표했다.
매출은 영업일수 감소, 2월 영업정지 등의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2% 감소했다. LTE 가입자 증가세 등으로 전년동기 대비로는 3.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일시적인 마케팅 비용 증가 및 감가상각비 증가 등의 영향을 받아 전년동기 대비 17.8% 하락했다. 순이익은 SK하이닉스 등 자회사 사업 성장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보조금 경쟁 탈피 선언 "과연?"
SK텔레콤은 지난 3월21일 가입자간 음성통화를 무제한 할 수 있는 'T끼리요금제'를 새롭게 발표하면서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탈피해 고객 혜택 강화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 경쟁으로 시장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저변에는 보조금 출혈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1분기에는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LG유플러스가 24일, KT가 20일 씩 각각 신규가입자모집금지(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영업을 하지 못했다.
영업정지 기간동안은 마케팅을 할 수 없으니 보조금 사용이 줄어들 것이고, 이로 인해 실적도 다소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막상 영업정지가 시작되니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경쟁사가 영업정지 기회임을 틈타 가입자를 빼앗아오기 위한 보조금 경쟁이 더욱 뜨겁게 일었던 것.
SK텔레콤도 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회사는 1분기에 9천70억원의 마케팅비용을 사용했다. 전체 매출의 29.1%에 달하는 금액이다. 22일간 영업정지 기간을 제외하고 순수 영업일수로만 따진다면 불과 63일. 하루에 144억원 가량을 마케팅 비로 사용한 셈이다.
3월 기자간담회에서 박인식 SK텔레콤 사업총괄은 "(통신사업자가)그냥 보조금을 쓰지 않으면 소비자에게는 아무 혜택이 없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다른 통신사로 옮겨가는 것보다 현재 이용하는 통신사를 유지할 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면 소비자들은 통신사 '이동'을 하지 않을테고, 그러면 사업자들도 보조금을 줄여나갈 수 있게 될 것"이라면서 망내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발표했다.
통신3사 음성무제한 요금제 경쟁의 시작이었다.
한 달 만에 100만 가입자를 모은 'T끼리 요금제'는 출시 이전대비 번호이동 10% 감소, 기기변경은 30% 가량 증가하는 성공적인 고객 유지 효과를 이끌어 냈다고 SK텔레콤 측은 분석하고 있다.
박 총괄은 "LTE라는 진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에 따른 혁신적인 서비스나 차별화된 요금을 내놓지 못했고, 경쟁은 결국 보조금으로 집중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차별적 서비스와 요금을 먼저 제시해, 고객들이 보조금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각오가 얼마나 지켜질지는 의문이다. 경쟁사가 연이어 유사한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무제한요금제 가입자 확보를 위한 보조금 투척이 또 다시 시작되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 황수철 재무관리실장은 "정책 당국도 보조금 규제를 통해 시장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SK텔레콤도 1위 사업자로서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실장은 "2분기에는 갤럭시S4 등 프리미엄 단말기가 출시되지만 최근 출시한 T끼리요금제 등 요금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이전처럼)단말기 신제품 출시로 인한 보조금 과열경쟁 양상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면서 "2분기에는 이같은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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