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얽히고 설킨 노사 문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안으로는 정규직 노조와 주말특근 수당을 사이에 둔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밖으로는 비정규직 논란이 가중되며 이중고에 빠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초 주간 2교대제 실시 이후 주말특근 수당 지급을 놓고 노사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지난주까지 6주째 주말특근을 실시하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4만1천여대의 차량을 생산하지 못해 8천200여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노사간 특근임금 보전 규모에 대한 협상이 여의치 않아 오는 20일에도 주말 특근이 이뤄지긴 힘들 전망이다.
지난 15일 노조와의 실무협의에서 사측은 주말특근 보전수당을 종전보다 3만원 많은 42만5천965원으로 제시했지만, 노조가 이를 거부해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당장 추후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현대차는 이번주까지 7주째 주말 특근을 하지 못할 경우, 차량 4만8천여대를 만들지 못해 9천500억원 상당의 생산차질액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협력사들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이날 현대차 1·2차 부품협력사 대표단은 현대차 노사를 찾아 주말 특근 정상화를 촉구했다. 현대차 노조의 주말특근 거부로 이들 협력업체들의 매출이 평균 15~2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단은 "모기업 노조의 주말 특근 거부로 협력사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고 있다"며 "협력사는 모기업의 생산에 따라 생존을 유지하고 있고, 주말 특근 거부는 1·2차 협력사와 영세한 협력사 직원의 고용불안과도 직결된다"고 토로했다.
또 "주말 특근 중단으로 협력사들의 매출 차질이 심각해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며 "협력업체의 이런 절박함을 헤아려 노사가 빨리 주말 특근 문제를 마무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잠시 소강 국면이었던 비정규직 문제도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14일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도급업체에서 촉탁직으로 전환해 근무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이어, 최근 '세습채용'으로 비정규직의 반발을 사고 있는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16일 사내하청 노동자의 분신 사건이 발생하는 등 극단적 선택이 잇따르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는 이번 분신 사태를 계기로 '분신 대책위원회'를 구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적극 나서기로 한 데 이어, 이날 회사 측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교섭을 요청했다.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19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광주공장이 올해 추진 중인 62만대 차량 증산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주말특근과 비정규직 문제 모두 노사가 극심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의 경우 최근 자살과 분신 등 극단적인 상황이 더해져 쉽게 실마리를 찾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사협력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현대·기아차가 직면한 가장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비정규직 600여명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는 등 오는 2016년까지 단계별로 3천5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노조는 사내하청 근로자 전원(약 1만3천명)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어 노사간 합의점 도출이 쉽게 이뤄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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