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보조금 경쟁을 지양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을 선도하겠습니다." "가입자 빼앗기 경쟁보다는 서비스, 망품질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혜택을 제공하겠습니다."
매번 통신사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위와 같은 내용을 합창을 했다.
하지만 갈수록 보조금 경쟁은 치열해졌다. 100만원짜리 스마트폰은 아름아름 '공짜'로 팔려나갔고, 제 값을 주고 사는 이용자들은 '호갱님'이라는 은어로 불리며 무시를 당했다.
통신사들의 말뿐인 '시장안정화 노력'에 내성마저 생겨버린 때, 이동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를 발표했다.
가입자끼리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전면 허용하고 데이터 이용도 확대하겠다는 'T끼리 요금제'가 그 것.
"(통신사업자가)그냥 보조금을 쓰지 않으면 소비자에게는 아무 혜택이 없습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 다른 통신사로 옮겨가는 것보다 현재 이용하는 통신사를 유지할 때 더 많은 혜택이 주어진다면 소비자들은 통신사 '이동'을 하지 않을테고, 그러면 사업자들도 보조금을 줄여나갈 수 있게 됩니다."
SK텔레콤 박인식 사업총괄은 이번 요금제를 출시하게 된 배경이 최근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른 통신 보조금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동시에 박 사업총괄은 그간 보조금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냉철한 자기 비판을 더했다.
"LTE라는 진화된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에 따른 혁신적인 서비스나 차별화된 요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SK텔레콤 뿐만 아니라 경쟁사도 모두 마찬가지였지요. 그러다보니 경쟁은 결국 보조금으로 집중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동안 통신사들은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서로 자제해야 투자 여력도 확보할 수 있고 서비스를 차별화 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지만, SK텔레콤은 시각을 달리했다.
박 총괄은 "차별적 서비스와 요금을 먼저 제시해, 고객들이 보조금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선제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동안 SK텔레콤이 시장의 리더임에도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경쟁사가 보조금 정책을 펴는데 함께 몰입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조금 관행은 한 두가지 개선만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SK텔레콤이 내 놓은것과 같은)상품과 서비스의 혁신, 유통의 관행, 제도 개선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요금제보다도 혜택이 크고, 상당수 이용자들은 보다 낮은 요금제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재무적 위협이 올 수도 있다.
박 총괄은 이에 대해 "물론 재무 리스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단기적으로는 매출이 감소하는 등 재무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조금을 줄이고 이를 망 투자나 서비스 개선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튼튼한 구조로 전환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러다임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누군가 이를 과감히 '시작'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이는 시장 '리더'인 SK텔레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아 오는데만 혈안이 됐던 그간의 관행을 벗어던지고, 지금 현재 우리 가입자에게 집중해 이들에게 혜택을 더함으로써 SK텔레콤의 본원적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습니다."
박 총괄과 SK텔레콤의 단호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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