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놓는다'는 박근혜, '과거사 수렁'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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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시대 아픔과 상처' 거듭 사과했지만…NLL 공세 '회의론' 대두

[윤미숙기자] 10.26 33주기를 맞은 26일, 고(姑)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는 "이제 아버지를 놓아드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신 "아픔과 상처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도 했다.

박 후보의 이 같은 언급에는 딸로서 최근 대선을 앞두고 아버지의 공(功) 보다 과(過)가 부각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아버지에게는 그 당시 절실했던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이자 철학이었다"며 당시 시대상황을 강조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박 후보는 또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혀 온 '과거사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박 후보는 대선 출마 직후부터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 시절의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 '과거사'로 인해 야권으로부터 거센 공세를 받아왔다. 최근 불거진 정수장학회 논란은 과거사 논란의 핵심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에 박 후보는 지난달 24일 한 차례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을 가졌고, 지난 21일에는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최필립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박 후보는 과거사 논란에 대한 국면전환용 카드로 대야 강공 모드를 택했다. 때마침 불거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을 고리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압박하는 등 대야 공세에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도 연일 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비판하며 박 후보 지원사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주영 특보단장은 26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문 후보는 'NLL을 평화적으로 지키는데 남북어로구역 설정 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으면 제시해 보라'고 큰소리를 치는데 참으로 순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문 후보에게 국가안보를 맡겨서는 위험천만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무성 총괄본부장은 안 후보를 겨냥, "NLL 영토주권에 대한 안 후보 본인의 생각은 무엇인지, 노 전 대통령의 망언이 기록돼 있는 대화록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며 "여야의 NLL 공방 뒤에 숨어서 정치공학적 이득을 취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한민국 대통령 후보로서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이 같은 'NLL 공세'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당내에서 조차 회의론이 불거지고 있다. 사안 자체가 중도층 표심을 끌어들이기는 커녕 자칫 새누리당 지지층을 이탈시키는 '역풍'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SBS 라디오에서 "NLL 문제를 가지고 계속 공세적으로 나가는 것이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일반 유권자들을 55세 이상과 55세 이하로 나누어 설명하자면, 6.25도 겪고 남북관계 긴장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상당히 우려를 표시하는 측면도 있지만 55세 이하의 국민들은 그런 인식이 잘 없다"며 "NLL을 쟁점화한다고 해서 특별히 선거에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2010년 천안함 폭발 이후 그것이 굉장히 안보의식을 고취해서 당시 새누리당에 유리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선거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이런 것을 생각해볼 것 같으면 선거 전략상 무엇이 현명한 것인가 잘 판단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향후 박 후보의 발언에 또 다른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a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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