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벤처 1세대의 화려한 부활…티맥스·한컴·인프라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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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아픔의 시간도 체질개선과 기술력 강화로 극복

[김수연기자 김국배기자] SW 벤처 1세대가 부활했다.

국내 SW벤처 1세대들은 90년대 창립돼 자타공인 '국내 대표'라고 불리며 승승장구했지만 경영난과 시장 환경 변화라는 역풍에 휘청거리며 많은 이들의 시야에서 멀어졌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려웠던 시기를 체질 개선과 기술력 강화로 극복하고 다시금 한국의 대표 SW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티맥스소프트, 한글과컴퓨터, 인프라웨어가 그 주인공이다.

◆ 티맥스 "워크아웃 족쇄 풀고 글로벌 시장으로"

티맥스소프트는 지난 8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고 지난 18일 대규모 고객 행사를 개최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티맥스가 고객들과 다시 만난 것은 무려 3년만의 일이다.

지난 1997년 설립된 티맥스소프트는 새 밀레니엄의 도래 이후 시스템 소프트웨어 분야의 이슈메이커였다. 2000년에 개발한 미들웨어 '제우스'가 지난 2003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주목 받았고 급기야 2005년에는 외산 제품들을 물리치고 국내 시장 1위에까지 올랐다. 창립자 박대연 회장은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티맥스소프트는 '국내 미들웨어 점유율 1위' 타이틀을 2008년까지 이어갔고 사업 영역도 미들웨어 에서 운영체제(OS), 시스템통합(SI)으로 확대했다. 또한 신한은행, 현대증권, 대우증권 등 금융권 SI 유형의 프로젝트에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 솔루션 '프로프레임'을 도입하는 성과도 달성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티맥스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금융권에서 예정돼 있던 SI사업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면서 한 때 유망사업들이 인건비만 나가는 '골칫거리'로 전락, 급기야 2009년에는 사업 철수까지 해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수백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과 5년이라는 시간, 3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개발한 PC 운영체제 '티맥스 윈도'마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투자 부담에 따른 경영난만 떠안은 채 '티맥스 윈도' 개발사인 티맥스 코어는 삼성SDS로 떠났다.

이어진 악재로 티맥스소프트의 매출은 2008년 1천여억 원에서 2009년 800억 원 수준으로 20%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2008년 80억원에서 2009년 15억 원으로 81% 하락한 끝에 2009년 313억 원 적자로 추락했다.

결국 티맥스소프트는 2010년 6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했고 4개월 후인 10월말 워크아웃 시행에 들어가고 말았다.

워크아웃 기간 중 티맥스소프트는 50여 개의 제품 라인 중 수익성이 높은 미들웨어와 DBMS 등 10개 제품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정리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체질 개선 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특히 워크아웃 신청을 앞두고 취임한 이종욱 대표는 지난 2년간 티맥스소프트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을 해소하고자 회사 실적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직원들에게 공개하는 투명경영 정책을 폈고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해 꼭 달성하는 책임경영 문화를 정착시켰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티맥스소프트는 올해 상반기까지 8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회사 창립 이래 최대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다. 마침내 2012년 8월, 티맥스소프트는 계약종료 시점인 2013년 6월보다 1년 정도 앞서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워크아웃 기업'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난 티맥스소프트는 이제 글로벌 SW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중이다.

3년만에 개최한 '티맥스데이 2012'에서 티맥스소프트는 1천 명의 고객 앞에서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등 국내외 시장에 존재하는 외산의 장벽을 차별화된 기술로 넘어서겠다며 '오버 더 미라클(Over the Miracle)' 비전도 선포했다.연말에 출시할 빅데이터 솔루션 '티베로 인피니데이타'에 적용된 대용량 데이터 분산처리 기술로 오라클과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해외 법인이 있는 미국, 일본, 중국 시장을 우선 공략하고 이후 남미와 유럽으로 시장 영역을 넓혀 나가 올해 해외 시장에서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올해 국내 시장 목표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20억 원, 270억 원이다.

◆한컴 "잦은 주인 교체 아픔 씻고 글로벌 SW기업으로"

한글과컴퓨터의 출발은 '아래아한글 1.0'이 개발된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보컴퓨터가 외국 소프트웨어를 한글화해 컴퓨터와 함께 보급하던 한글 워드프로세서 '보석글'이 널리 쓰이고 있던 시절, 서울대 기계공학과 학생이었던 이찬진 현 드림위즈 대표가 컴퓨터연구회 후배들과 함께 토종 문서작성 프로그램 '아래아한글 1.0'을 개발해 선보였다.

1989년 공개된 '아래아한글 1.0'은 PC에 상관 없이 범용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 조합형 문자코드를 사용해 모든 한글문자를 표기할 수 있는 점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찬진 대표는 이듬해 한글날 한글과컴퓨터라는 벤처 기업을 세웠다.

1994년 삼성전자의 '훈민정음', 포스데이타의 '일사천리', 휴먼컴퓨터의 '글사랑', 큐닉스의 '글마당', 한메소프트의 '파피루스', 마이크로소프트 '한글워드'와 함께 경쟁하는 한글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아래아한글은 7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1997년에는 시장의 78%까지 점유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는 1997년과 1998년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외환위기라는 악재를 만나 200억 원대의 매출이 100억 원대로 급감하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

결국 한컴은 2000년 창업자의 손을 떠나 메디슨에 매각됐고, 이후 회사의 주인이 수시로 바뀌는 혼란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한컴의 대주주는 2001년부터 2002년사이 웨스트 애비뉴, 티티앤, 넥스젠캐피털, 서울시스템 등으로 바뀌었고, 2003년 프라임그룹에 매각됐다.

한컴이 겪은 혼란을 반영하듯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이 회사의 매출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프라임그룹에 매각된 이후 회사가 안정되는 모습을 모이는 듯 했지만 2008년 백종진 전 대표의 횡령 사건으로 한컴은 다시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됐고 2009년 셀런에이치를 새로운 주인으로 맞게 됐다.

뒤이어 셀런에이치 김영익 전 대표가 배임 혐의로 기소되면서 한컴은 또 한 번 시련을 겪어야 했다. 현 대주주인 소프트포럼을 9번째 주인으로 맞은 시점은 2010년.

인수회사의 경영이슈로 혼란을 겪었던 한컴은 새주인이 선택한 CEO 이홍구 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글로벌 SW기업을 향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 오피스 SW, '아래아한글'에서 모바일, 클라우드, 전자책 등 최신 IT 트렌드에 맞는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모바일·클라우드 오피스인 씽크프리 제품군으로 삼성전자, LG전자, 구글, 후지쯔 등 국내외 모바일 기기 제조사들과 클라우드 오피스 수요가 있는 국내외 기업들을 고객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한컴은 57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연매출을 달성했고, 지난 5월에는 코스닥 우량기업으로 승격되는 등 화려한 부활을 알리게 됐다.

한컴은 국내 매출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3년 내에 해외 매출 비중을 25%까지 늘려 글로벌 SW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기술 인수 작업에도 적극 나서 지난 7월에는 국산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이지포토'를 품에 안고 글로벌 이미지 편집 시장의 강자 어도비 시스템즈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지포토' 인수 이후, 한컴은 카메라 제조사들로부터도 다양한 문의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월에는 오피스앱을 비롯해 한컴이 그동안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들을 공개하고 '이지포토' 사업도 구체화하며 이미지 편집 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한컴은 또한 오피스 기술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술 보유사들을 적극 탐색, 기술 인수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술 인수 작업을 적극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컴은 지난해 오피스 SW로 470억 원의 매출을, 씽크프리 제품군으로 113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에는 오피스 SW에서 20% 미만의 두자릿수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고 클라우드 제품군으로 130억 원의 매출을 발생시켜 연매출 643억 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인프라웨어 "모바일 브라우저 기업에서 모바일 오피스 기업으로"

인프라웨어는 1997년, 임베디드 모바일 브라우저를 전면에 내세우며 설립됐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전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 당시 벤처 1세대였던 인프라웨어의 포부였다.

마침내 2001년 인프라웨어는 무선인터넷 브라우저 '폴라리스'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국내 모바일 브라우저 시장의 70%를 점유하며 화려한 시절을 보내게 됐다.

2003년에는 LG텔레콤, 2004년에는 SK텔레콤에 브라우저를 독점 공급했고 SKT, LGU+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피처폰에 '폴라리스'를 기본탑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휴대폰 제조사가 해외향 단말에 '폴라리스'를 기본 탑재하기 시작하면서 인프라웨어는 해외 시장에도 자연스럽게 진출할 수 있었다. 2005년 5월에는 중국지사를, 2008년 10월에는 미국 지사를 설립해 해외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를 공략해 나갔다. 2008년에는 인프라웨어는 AT&T, 버라이즌, 스프린트 넥스텔 등의 미국 이동통신사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성과도 달성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10년 초 인프라웨어 브라우저 사업은 하향 곡선을 피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에는 크롬이, iOS플랫폼에는 사파리가 기본 브라우저로 내장됨에 따라 인프라웨어의 시장 영역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꾸준한 매출 증가세로 2009년 300억 원 매출을 돌파했던 인프라웨어는 2010년에는 전년 대비 10% 하락한 26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뀐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인프라웨어는 스마트폰에서 문서를 열람·편집하고자 하는 사용자 요구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2009년에 인수한 보라테크의 모바일 오피스 솔루션 기술에 힘을 쏟았다.

결국 보라테크의 기술과 자사 기술을 결합한 모바일 오피스 제품을 개발, 2011년 '폴라리스 오피스'를 출시했다. 이를 무기로 인프라웨어는 스마트폰·태블릿 제조사와 잇딴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그 결과 지난해 311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대만 HTC, 중국 화웨이 등 국내외 제조사들이 생산하는 스마트폰·태블릿에 '폴라리스 오피스'가 기본 탑재(프리로드)되고 있으며, 연말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ZTE가 출시하는 스마트폰에도 '폴라리스 오피스'가 기본 탑재될 예정이다.

일반 고객을 잡기 위해 애플 앱스토어에서 '폴라리스 오피스'를 판매하는 B2C 사업도 전개중인데 해당 앱은 현재 국내판 애플 앱스토어 카테고리 판매금액 1위를 달리고 있다.일본판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다운로드 순위 1위다.

인프라웨어는 주력제품인 폴라리스 오피스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제조사가 원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모바일 오피스를 연계시켜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 나갈 계획이다.

브라우저 전문기업에서 모바일 오피스 전문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인프라웨어의 올해 매출 목표는 1년새 무려 100억 원이 늘어난 420억 원이다.

김수연기자 newsyou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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