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이재오(사진) 의원이 '개헌 카드'를 꺼내들면서 정치권의 해묵은 논쟁거리인 개헌이 12월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의원의 개헌안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가 골자다.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는 5년 단임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4년 중임제로 바꾸고 직선제로 뽑는 대통령이 외교·국방 등 외치(外治)를 맡고, 국회에서 뽑는 총리 등 각료가 내치(內治)를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의원은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극한의 정쟁과 권력독점의 폐해를 피해갈 수 없다"며 "(대통령에 당선되면) 취임 후 6개월 안에 개헌을 마무리하고 저는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용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오래 전부터 (개헌을) 논의해왔고, 국민들도 여론조사를 하면 60% 이상이 해야 된다고 하는데 정치권에서 여야의 이해관계 때문에 못한 것 아니냐"며 "국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통령이 발의해 국민투표를 나가면 된다"고 개헌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개헌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오래 전부터 논의돼 온 것으로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이 의원이 대선 주자로서 처음 언급한 만큼 이에 대한 다른 대선 주자들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4년 중임제'가 오랜 소신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월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제가 오래 전부터 이야기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개헌이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몽준 전 대표도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는 최근 한 방송에서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건 문제다. 임기를 마치면 본인을 대통령으로 만든 당에서 쫓겨나는 것 보면 실패한 제도"라며 "개헌도 논의할 수 있고, 좋은 방법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역시 "새 환경에 맞게 헌법의 옷을 갈아입힐 때가 됐다"며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처럼 여권 대선주자들 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분권형 대통령제'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입장이 엇갈려 대선정국에서 개헌 문제를 둘러싼 주자 간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헌법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안 되는 일은 없다"며 개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4년 중임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중임제를 하지 않아서 대한민국이 못 사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개헌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박근혜 견제용'이라는 의구심이 불거졌다는 점도 관심사다.
친이계 좌장이자 비박(非朴) 주자인 이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개헌을 강하게 주장한 것을 두고 유력 주자인 박 위원장에 '견제구'를 날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도 개헌이 향후 대선 정국에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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