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지난 15일 대법원 2부는 게임머니 중개업자인 윤모씨가 남대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이 아이템 현금거래로 얻은 수익에 대한 과세를 인정함에 따라 아이템현금거래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게임 내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이용자들끼리 사고 팔 수 있느냐는 게임업계 끊이지 않는 논란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은 약관을 통해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업체들은 게임 내에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은 원칙적으로 게임사의 소유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금거래가 적발되면 이용자 계정 제재 등 강력한 처벌도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이런 게임사의 약관과는 조금 다르다. 대법원은 지난 2009년 개인간에 일어나는 게임머니나 아이템 현금거래는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대법원은 게임머니나 아이템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얻는 산물이기 때문에 거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체들이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서비스하던 게임이 종료되거나 돌발사태로 인해 게임 시스템을 과거 특정시점으로 되돌리는 '롤백'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만약 게임업체들이 아이템은 이용자의 소유라고 인정하면 롤백이나 서비스 종료 시 아이템에 대한 가치를 보상해줘야만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임업체들은 현금거래를 금지한다고 약관에 명시하면서도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업체들과 제휴 마케팅을 진행한다. 현금거래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고 현금거래를 더 하라고 부추키고 있는 셈이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많아지면 게임 이용자들이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아이템 현금거래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게임이 흥행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며 "게임업체들이 게임을 론칭하면서 현금거래가 많아지길 기대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털어놨다.
하루에도 수십억원이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 사이트를 통해 오가고 있지만 약관상으로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들을 제재하지 않고 있다. 게임업체들이 현금거래에 보이는 이중적인 태도 때문이다.
아이템현금거래 사이트 관계자는 "아이템 현금거래 문제는 게임업체들이 현금거래 대상을 아이템 소유권 이전이냐 사용권 이전이냐의 문제"라며 "게임사들이 아이템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에 대한 거래만 허용한다고 약관상에 설명해두면 크게 문제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오는 5월15일 정식 론칭될 기대작 '디아블로3'는 게임 내에 현금을 사용해 거래할 수 있는 현금 경매장 시스템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한국 출시를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에 등급분류를 신청했지만 현금 경매장 시스템은 아직 등급분류를 받지 못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현금 경매장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등급 심사에서 현금 경매장 콘텐츠를 제외했다"며 "현금 경매장 콘텐츠가 제대로 구현되면 다시 등급분류 심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블리자드가 현금 경매장 콘텐츠를 포함해 다시 등급분류를 신청하면 게임물등급위원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미 아이템 현금거래 중개 사이트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게임업체가 직접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미 개인간의 아이템 거래는 인정한다는 대법원의 판례도 나와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더 이상 아이템 현금거래 시장을 부정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며 "성인들에 한해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하고 게임업체들도 이치에 맞지 않는 약관을 수정해서 해묵은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정진 이병찬 변호사도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포류(고스톱이나 포커 등)가 아닌 일반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이용자들끼리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며 "정상적인 아이템 판매라면 이용자간 거래도 인정받도록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위 '작업장'이라고 불리는 전문적인 게임머니나 아이템 판매상에 대한 제재는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개인간의 거래가 아닌 기업형 아이템 판매상에 대한 제재 방침을 정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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