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기자] KT가 지난 10일 삼성전자의 스마트TV 구매고객을 상대로 TV용 애플리케이션(앱) 장터의 인터넷 접속 제한 조치를 단행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트래픽 과부하 논란, 망 이용대가 요구와 관련한 거짓말 논란 등 양사간 대립이 첨예해지고 있다.
KT는 "망에 대한 추가 투자 없이 스마트TV 트래픽을 그대로 두면 인터넷망이 스톱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신속히 협상 테이블에 나오길 촉구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TV를 설치할 때 정작 인터넷에 연결하는 개통 서비스는 통신사에게 전가시키고 TV 문제로 인한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통신사가 처리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면서 스마트TV가 대중화되지도 않은 현재도 비용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TV 망중립성 문제는 "KT-삼성전자간 문제만이 아니다"며 관련 부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만나 논의했던 협의체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사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부문을 각 쟁점별로 정리한다.
◆쟁점 1. 스마트TV는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가
KT는 3D나 고화질(HD) 동영상 서비스 중심의 스마트TV는 대용량 트래픽을 오랜 시간동안 송출시키는 기기로, 평상시 IPTV 대비 5~15배까지 트래픽을 유발하면서 네트워크에 부담을 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스마트TV의 데이터 트래픽 유발 수준이 평균 5~6Mbps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스마트TV에서 사용되는 HD급 용량은 IPTV와 유사하거나 더 낮은 1.5~8Mbps 수준이라는 것.
여러 명의 시청자에게 동시에 콘텐츠를 보내는(멀티캐스트) IPTV와는 달리, 스마트TV는 개별 시청자 요청에 따라 콘텐츠를 중복전송(유니캐스트)하는 방식이라 트래픽을 훨씬 많이 유발한다는 KT 지적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향후 콘텐츠 제공업체가 실시간 방송 앱을 만들 때 멀티캐스트 방식으로 만들면 멀티캐스트 방식으로 서비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쟁점 2. 삼성전자는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인가
KT는 스마트TV가 인터넷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IPTV와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망을 이용한 사업모델로 수익을 얻고 있는 플랫폼 서비스 사업자인 만큼,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부정적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방송 콘텐츠를 제작해 독자적으로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IPTV사업자처럼 고객에게 매월 사용료는 받아온 것도 아니라는 것. 단말기만 팔았을 뿐 인터넷망을 이용해 수익을 취하는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쟁점 3. 망 이용대가 지불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KT는 스마트TV가 인터넷망을 사용하지 않고는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없는 만큼, 스마트TV를 판매하는 제조사도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고 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인터넷 연결 기능을 지원하는 모든 단말기가 무조건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며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일 뿐만아니라 스마트 모바일 기기가 많아지는 트렌드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스마트TV 선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전례가 생길 경우 해외 통신사업자들이 동일한 요구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TV제조사들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쟁점 4. 특정 단말기에 대한 특정 서비스 접속 제한, 정당한가
KT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정당한 협상 요구에 응해주지 않았고, 이는 '인터넷망 무단 사용'으로 볼 수 있다며 '접속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사실상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TV 고객을 상대로만 일방적으로 접속을 차단한 것은 명백한 기기 차별, 고객 차별이자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에 위반되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지난해 애플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데이터 사용량 폭주로 통화 장애 현상이 발생했을 때 KT가 애플에 망 이용 대가 및 투자비 분담을 요구하지 않은 것을 거론하며 "글로벌 업체의 스마트 제품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쟁점 5. 협상 진행 과정과 관련한 양사의 입장
KT는 스마트TV 접속제한 조치를 예고하면서 "지난해 서너 차례 이상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를 통해 협력 제의를 시도했지만 삼성전자가 이를 회피했다"고 말했다. 접속 제한까지 이르게 된 데에는 삼성전자의 소극적 태도가 한 몫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사업자간 협상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처음부터 밝혔기 때문에 '소극적'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말한다.
대신 지난해부터 방송통신위원회 주도로 월 1회 열리는 망중립성 포럼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공식적 협의체에서는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망중립성 정책이 정해지면 그 틀 안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13일 오전 공식 브리핑을 열어 자사 스마트TV 구매고객에게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
회사측은 "이번 인터넷망 접속 차단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스마트TV 구매 고객에게 피해를 드리게 돼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빠른 시일 내에 스마트 TV 기능을 다시 사용하실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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