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방송광고 판매제도 개선을 위한 방송광고판매대행법(미디어렙법)의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2011년이 다 지나도록 광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최소한의 틀조차 만들지 못한 것이다.
미디어렙법 통과가 무산되면서 2012년 광고 시장은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펼치는 등 무법 상태 속에서 파란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한정된 광고 시장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불가피해지면서 중소, 종교 방송사는 물론 언론계 전반에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2011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미디어렙법은 2012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총선, 대선 등이 예정된 상황에서 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2월 31일 본회의에서 미디어렙법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법 상정조차 못했으며 미디어렙법을 연내 통과하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
이날 위원회는 31일 오후 10시45분께에 본회의가 시작되면서 한나라당측이 주장한 '1사1렙'안이라도 처리하겠다며 민주통합당이 나섰지만 '국회 본회의 진행 중 상임위를 열 수 없다'는 국회법을 이유로 한나라당이 불응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야는 당초 ▲1공영 다민영 ▲종편사의 미디어렙 의무위탁 2년 유예 ▲미디어렙에 대한 방송사 1인 소유지분한도 40%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금지 ▲신문-방송 등 이종매체간 크로스미디어 광고 판매 불허 ▲중소방송 과거 5년간 평균 매출액 이상 연계판매 지원 등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영 미디어렙 1사에 2개 방송사 이상 투자를 명시'해야 한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이 이견을 제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처리 못한건가, 안한건가
국회 문방위는 1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미디어렙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왔다. 게다가 여야가 큰 틀의 합의를 본 상황이라 업계는 법 처리 또한 해를 넘기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해 왔다.
그러나 몇 개 조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합의에 도달 못하자 '여야가 여러 언론사들의 눈치를 보면서 법안처리를 미룬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이 총선과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각자 손익 계산에 따라 법 개정을 미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종합편성채널 뿐 아니라 MBC, SBS도 각각 독자 영업을 희망해 왔고 최근 MBC는 자사를 공영렙에 두려는 정치권을 향해 각종 성명서와 보도를 통해 강한 비판까지 제기한 바 있다.
이유가 어디에 있건 국회 문방위가 법안 처리를 미루면서 당장 2012년 광고시장은 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188개 채널이 약 3조에 불과한 광고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 속에서 종편과 지상파방송사가 생존 경쟁에 나서면 서로 뺏기고 빼앗는 제로섬 게임이 심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BS와 MBC는 광고 영업을 위한 자회사 설립 준비를 모두 마쳤고 종합편성채널도 직접 영업을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소방송, 종교 방송, 지역신문 등 취약매체들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고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미디어렙법 개정 불발로 연간 수천억원의 광고 수익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여론 다양성이 크게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방송업계 전문가는 "종편과 지상파 방송사들이 생존경쟁을 시장한다면 방송시장은 피바다가 될 것"이라며 "카메라를 들이댄 영업을 시작한다면 지금보다 2배 영업력으로 광고를 끌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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