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위치정보 파문' 확산…핵심은 "암호처리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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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기자] 지난 주 불거진 애플의 위치정보 추적 이슈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가 본격 조사에 나선 가운데 미국에선 일부 소비자들이 애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법무장관은 25일(현지 시간) 애플의 위치 정보 추적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상하원 의원들 역시 위치정보 수집에 대해 해명하라고 애플을 압박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태세다. 그 동안 아이폰 위치 추적 이슈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FCC가 조만간 이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에선 위치정보 수집 문제가 걱정되는 사람은 국가 정보 커미셔너에게 직접 불만 사항을 접수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역시 정부 차원의 조사에 착수했다.

◆美-英 등 연이어 조사 착수

애플의 위치 추적 이슈가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20일(이하 현지 시간)이었다. 당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웹 2.0 컨퍼런스에 참석한 보안 전문가 2명이 아이폰의 위치 정보 저장 문제를 처음으로 공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날 외신들은 애플 실적에 주로 관심을 보였다. 애플 역시 창사 35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아이폰 위치 추적 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보안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애플이 위치 정보를 저장할 때 암호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위치정보 수집 문제가 갈수록 커질 조짐을 보이자 미국 의회가 직접 애플을 압박하고 나섰다. 상원 프라이버시 패널을 이끌고 있는 알 프랑켄 의원(민주당)은 스티브 잡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아이폰과 컴퓨터에 저장된) 위치정보 파일에 접속하기만 하면 누구나 이용자의 집, 사무실, 자주 찾는 병원 등에 관한 정보들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따졌다.

그는 또 애플이 어떤 의도로 이런 정보를 수집해 왔는 지 설명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이용자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리사 매디건 미국 일리노이주 법무장관은 25일 애플과 구글 측에 실무 책임자를 파견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들과 위치 정보 수집과 저장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정보 커미셔너 쪽에서도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이들은 애플 측에 "사용자 정보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밝힐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촉구했다. 정보 커미셔너는 또 "위치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직접 문의해 올 경우 우리가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이폰 이용자들의 소송도 줄을 이었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고 있는 비크람 아잠푸르와 뉴욕의 아이패드 이용자인 윌리엄 데비토는 탬파 연방법원에 애플의 위치정보수집 금지 명령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암호처리도 없이 부실하게 보관"이 문제

스마트폰과 위치 정보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실제로 각종 앱을 쓰다보면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동의하느냐는 창이 뜬다. 위치정보 수집 자체는 특별할 것 없다는 얘기다.

또 애플이 위치 정보 문제로 구설수에 휘말린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이미 지난 해에도 한 차례 위치정보 수집 문제로 한 차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더 커진 것은 애플 측이 아이폰에 수집된 위치 정보를 별다른 암호처리를 하지 않은채 보관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이용자들의 위치 정보를 단말기 뿐 아니라 단말기와 연동된 컴퓨터에도 함께 저장해 왔다. 보안전문회사인 F시큐어는 아이폰이 하루에 두 차례씩 애플에 위치 정보를 보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애플 측이 이렇게 저장된 정보에 별다른 암호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아이폰과 연동된 PC에도 관련 정보가 암호 처리되지 않은 채 저장돼 있어 사생활 침해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보안 전문가들은 지난 24일 "consolidated.db"란 이름으로 저장된 위치 정보 파일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애플은 사면초가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애플, 묵묵부답 일관…화 키워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의 프라이버시 정책은 "위치 정보를 개인식별이 불가능하도록 익명 형태로 수집한다"면서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애플과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들이 사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정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로스 앤더슨 교수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위치 정보가 익명화되려면 짧은 시간대 별로 분리해야만 한다"면서 "따라서 위치 정보는 익명 데이터로 간주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4의 위치서비스를 꺼놓더라도 여전히 추적 기능이 작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사태가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플은 지금까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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