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10년 만에 다시 구글 호 선장이 된 래리 페이지가 어떤 항해술을 선보일까?
구글이 4일(현지 시간)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단행한다. 그 동안 구글 호 선장을 맡아왔던 에릭 슈미트가 물러나고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최고경영자(CEO)로 활동을 시작한다.
지난 2001년 초기 투자자들의 강권에 못 이겨 전문 경영인에게 CEO 자리를 넘겨줬던 래리 페이지로선 10년만의 귀환인 셈이다.
에릭 슈미트에게 CEO 자리를 물려줄 당시 래리 페이지는 20대 후반의 성마른 천재였다. 창의적이고 재기발랄했던 반면 안정감은 많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한 회사의 CEO로선 부족한 점이 적지 않았다.
다시 돌아온 래리 페이지가 이런 평가를 불식하고 구글호를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을까? USA투데이는 3일 구글 CEO 등극을 앞둔 래리 페이지를 조명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10년 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CEO는 아니었다. 걸핏하면 회의에 늦기 일쑤였다. 게다가 자신의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 대화는 참지를 못했다. 구글의 성장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마른 성미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은 불안해했다.
구글의 초기 투자자들이 투자 조건으로 전문 경영인 영입을 내건 것도 그 때문이었다. 까다로운 면접 끝에 2001년 CEO로 영입된 에릭 슈미트는 구글을 최고 기업으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CEO로서 래리 페이지에게 우려의 시선이 몰리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의 첫 직원이었던 크레이그 실버스타인은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래리 페이지의 성격엔 CEO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10년 만에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온 래리 페이지를 보는 시선도 이 지점에 집중될 전망이다. 과연 그가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10년 전 구글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페이스북의 강력한 도전을 뿌리칠 수 있을까?
래리 페이지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가 변했다"고 주장한다. 10년 세월 동안 안정감을 많이 갖게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혁신성 면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인물이다. 21세기들어 최고 회사로 부상한 구글의 관료주의를 타파하는 데는 적격이란 평가도 나온다.
올 연말이면 구글은 350억달러 매출에 직원 수 3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능성 많은 혁신기업에서 많은 기득권을 가진 업체로 변신했다. 반독점 소송을 비롯한 각종 구설수에 휘말릴 정도다. 여기에다 페이스북, 트위터, 그루폰 등 신흥 혁신기업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꿈을 쫓는 몽상가' 이미지 털어낼 수 있을까?
래리 페이지는 과학자의 DNA를 갖고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인 칼 페이지는 인공지능 분야의 개척자로 꼽히는 유명한 학자. 어머니 역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르쳤다.
덕분에 래리 페이지는 6세이던 1979년 무렵부터 개인용 컴퓨터로 작업을 했다. 그 무렵 컴퓨터를 갖고 있는 집은 찾아보기 힘든 시절이었다. 이런 배경을 갖고 있는 페이지는 고정관념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러다보니 실리콘밸리에선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통한다.
그 때문에 그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타협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란 평가가 지배적인 것. 구글이 최근 선보인 무인 로봇 자동차 같은 것들은 모두 래리 페이지의 작품. 그만큼 그는 '꿈을 쫓는 인물'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전임 CEO인 에릭 슈미트가 50대의 안정감과 감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벌써부터 주변에선 래리 페이지가 로봇 자동차 같은 '이상적인 제품' 개발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USA투데이가 전했다.
그 때문에 래리 페이지가 이끄는 구글 호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이런 우려는 구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지난 1월20일 에릭 슈미트가 물러나고 래리 페이지가 후임 CEO가 될 것이란 발표 이후 구글 주가가 6% 가량 빠졌다. 반면 같은 기간 나스닥 전체 주가지수는 3% 상승했다.
◆잡스의 길을 갈까, 제리 양의 길을 갈까?
'귀환한 창업자' 중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역시 스티브 잡스다. 10년 가량 쫓겨났다가 1997년 CEO로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최고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같은 혁신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면서 실리콘밸리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창업자의 귀환이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만은 아니다. 야후의 제리 양이나 델의 마이클 델 같은 인물들의 귀환은 비참한 실패로 끝났다. 특히 야후는 2007년 제리 양 복귀 이후 주가가 56%나 떨어졌다.
과연 래리 페이지는 어느 쪽의 모습을 보여줄까?
페이지의 귀환과 잡스의 귀환은 모양부터 많이 다르다. 잡스는 견디가 못한 애플 이사회의 삼고초려에 못 이기는 척하고 돌아왔다. 반면 페이지는 '공동 창업자의 힘'을 보여주면서 자기 자리를 되찾은 모양새다.
여기에다 전임 CEO인 에릭 슈미트가 쌓아놓은 아성은 탄탄한 편이다. 잡스가 복귀하던 무렵 애플이 위기를 맞았던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신흥 강자들이 무섭게 커오고 있어 페이지의 앞날이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USA투데이 역시 래리 페이지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과 많이 닮긴했지만, 경영자로선 여전히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때 마침 에릭 슈미트가 미국 취업 사이트 글래스도어닷컴 조사에서 최고 IT 경영자로 평가받았다는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이런 부담을 안고 등판하는 래리 페이지가 '구글 왕국'을 멋지게 이끌고 나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느냐에 따라 21세기 실리콘밸리의 지형도에서 구글의 위치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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