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상자’로 불렸던 TV가 똑똑해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라는 산업계의 큰 흐름은 TV의 용도를 단순한 영상 전달 도구가 아닌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도구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똑똑한 상자’ TV의 화려한 변신의 중심에는 IPTV가 있다.
TV의 진화는 디지털화와 함께 콘텐츠의 양적, 질적 성장은 물론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방송, 정보를 접할 수 있는 TV 2.0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항해 달려가고 있다.
‘똑똑한 상자’ TV의 화려한 변신의 중심에는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가 있다. 국내법상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이란 ‘광대역통합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양방향성을 가진 인터넷 프로토콜 방식으로 일정한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는 가운데 TV수상기를 통해 이용자에게 실시간 방송 프로그램을 포함해 데이터·영상·음성·음향 및 전자상거래 등의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방송’(IPTV사업법 2조1항)을 의미한다.
한 마디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방송 서비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개념상으로 보면 지금까지 지상파와 케이블망으로 보던 TV를 인터넷 IP로 전달한다는 전송방식의 변화일 뿐이지만, 이 같은 작은 변화는 TV의 개념 자체를 뒤흔들었다.
방송 신호를 디지털화 해 양방향성을 기본으로 한 IP망을 통해 전달하면서, 또 IP를 인식할 수 있는 유·무선 단말기를 통해 접할 수 있게 되면서 TV의 범위는 무한대로 확장하게 된 것이다.
또 전 연령대에서 가장 친숙한, 어느 가정에서나 있는 TV가 디지털화 되면서 궁극적으로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마트 홈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이 같은 IPTV의 등장은 15년간 군림했던 케이블TV 중심의 국내 방송 시장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전국 유선망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통신 3사(KT·SK브로드밴드·통합LG텔레콤)가 사업을 주도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9년 1월 출범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IPTV는 1년4개월여가 지난 현재 200만(4월 기준)에 육박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방송 산업 전반을 바꿔놓고 있다.
‘TV Everyone’ 오픈 IPTV
IPTV가 자신만의 강점을 본격적으로 살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서비스 초반 IPTV 업체들은 케이블TV·위성방송과 별반 차이가 없는 혹은 그보다 빈약한 기존 방송채널에 약간의 VOD만을 제공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케이블·위성에 비해 느린 전송속도로 인해 소비자들은 지금까지 TV를 보면서 겪을 수 없었던 인터넷 버퍼링 현상을 감내해야 하는 짜증스러움까지 느껴야 했다.
이로 인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 고전을 거듭했던 IPTV는 올해 초에서야 서서히 본연의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그 첫 테이프는 IPTV의 양방향성을 활용한 오픈 IPTV가 끊었다. 마치 스마트폰 앱스토어처럼 IPTV내에서도 자신이 보유한 또는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망에 올리고 또 누군가가 올린 콘텐츠를 골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픈IPTV의 핵심이다.
KT를 비롯한 인터넷TV 3사는 진입 장벽이 높던 채널과 VOD서비스 시장을 전격 개방해 외부 사업자는 물론 개인 콘텐츠 제작자가 유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망이 없는 콘텐츠 기업들도 IPTV에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게 됐고, 시청자들에게도 좀 더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오픈 IPTV 서비스는 크게 ▲TV용 앱스토어 ▲오픈 채널 ▲오픈 VOD(주문형 비디오) ▲개방형 CUG(폐쇄이용자그룹)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오픈 커머스 등으로 나뉜다.
오픈 IPTV 서비스가 스마트폰처럼 게임이나 길찾기 프로그램, 날씨·뉴스·음악·동영상 등 각종 프로그램을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거래장터 앱스토어를 TV에서 접할 수 있게 된다. 망이 없는 방송 사업자도 동영상 콘텐츠만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채널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또 인터넷 UCC 방송 서비스 업체인 아프리카TV·유튜브·판도라TV 처럼 TV를 통해 UCC를 공유하는 장이 마련되며, TV를 통해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우리만의 방송'도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방송을 통해 지인들과 데이터통신, 게임 등의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TV를 통해 금융거래와 원격진료, 교육강좌 등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물론 진정한 오픈IPTV를 위해서는 IPTV3사 간의 표준화, 서버 등 시설 확충, 관련 법 개정 등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안정화 단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IPTV, 3Screen·3D로의 도전
IPTV의 진화는 IP를 송수신할 수 있는 모든 매체로도 확산된다. TV는 안방에 있는 TV단말기를 통해 봐야 한다는 개념은 휴대전화 DMB 서비스를 통해 이미 깨진 바 있지만 IPTV의 등장으로 완전히 파괴되는 것이다.
IPTV업계는 IPTV 활성화와 함께 이르면 올 하반기 휴대전화와 PC·TV를 연동시키는 3스크린(three screen) 서비스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3스크린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3가지 IT기기를 서로 연동시켜, TV에 저장된 콘텐츠를 PC와 휴대전화에서도 별도의 변환 없이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와이브로, 와이파이 등과 결합해 모바일 ITPV가 활성화되면 진정한 TV Everywhere가 현실화 된다. 누구나 자기 방에서,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자신만의 TV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IPTV는 최근 영화 <아바타>를 기점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3D콘텐츠 제공에도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VOD서비스를 바탕으로 이르면 오는 6월 열리는 2010남아공월드컵을 전후해 3D콘텐츠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3D는 아직 방송용 콘텐츠까지 대중화된 단계는 아니며, VOD에 강점이 있는 IPTV에 더 유리한 아이템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를 통해 케이블TV, 위성방송 업계와의 차별화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느린 채널전환 속도, 끊김 현상 개선 시급
IPTV는 이처럼 급속한 성장세와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지만 동시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실시간 IPTV 도입 초기 이용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느린 채널 전환 속도나 끊김 현상은 고질적인 숙제로 남아 있다. IPTV 이용자들은 초고속인터넷이나 인터넷전화를 함께 쓰는 결합상품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데, 이 경우 하나의 회선을 나눠 써야 하기 때문에 이따금씩 끊김 현상이 발생한다. 채널 전환 속도의 경우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케이블TV와 위성방송과 비교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IPTV 사업자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원 소스 멀티 유즈’ 개념에서의 3스크린(TV, 이동전화, 인터넷) 전략도 아직까지도 법제도에 막혀 있는 상태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법(IPTV법) 제2조에 따르면 ‘전파법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할당받은 주파수를 이용하는 서비스에 사용되는 전기통신회선설비는 제외한다’고 돼 있어 법 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또 사업 초반 서비스 차별화보다는 무차별 마케팅 비용 공세로 인해 생긴 케이블TV업계와 적대적인 관계를 극복하고 콘텐츠 경쟁이라는 긍정적인 선순환 경쟁관계를구축하는 것도 IPTV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글 |박정일 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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