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애플 독주, 시작인가? 정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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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유기체는 생로병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기체다. 세계 IT 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애플은 어떤가? 애플 또한 궁극적으로는 그 길을 갈 것이다. 문제는 시기다. 지금 애플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지금과 같은 파죽지세는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이고 과연 그 정점은 어딜까. 이런 질문은, 세계적인 뉴스 메이커로 떠오른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신(神)이 아닌 바에야 누구라서 그런 질문에 답할 수 있을까. 답을 한다고 한들 조금이라도 신빙성이 있기나 할까. 어쩌면 질문 자체가 ‘또 다른 종류의 신’(스티브 잡스)을 경배하는 무리들에게는 신성모독과 같을 수도 있겠다. 신은 유기체와 달리 유일하고 영원한 자리에 모셔지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러니 그의 유한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기 그지없는 몹쓸 짓으로 보일 게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적시할 수 없으면서도 이 글을 쓰게 만든 것은 1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체인지웨이브리서치’의 시장보고서다. 이 정도일 줄이야! 보고서를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애플 힘은 아직 건장하다. 이 보고서에만 의지한다면 애플은 지금 적어도 생로병사의 두 번째 단계로 진입할 상황이 아니다. 그 정점이 어디일 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왕성한 생명력을 보이고 있는 게다.

향후 3개월 동안 어떤 스마트폰을 구매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서 절반이 넘은 52%가 애플을 선택했다. 3개월 전 같은 조사에서는 31%였다. 3개월 만에 21%나 더 늘어난 것이다. 비온 뒤 죽순처럼 경쟁 제품이 쏟아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더 놀라운 것은 제품 만족도다. 경쟁 제품들이 20%~39% 사이에서 고만고만할 때 아이폰은 73%로 홀로 우뚝 서 있다.

과문한 탓인지, 돈 주고 산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이렇게 높은 경우를 난 본 적이 없다. 실제로 경쟁 제품 모두 40% 이하다. HTC 제품을 빼면 고작해야 30%가 갓 넘고 20%에 불과한 것도 있다. 아이폰을 한 번 산 고객은 새 제품이 나올 때마다 다시 구매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게다. 다른 제품이 아이폰의 이미지를 넘어서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물론 이 조사가 모든 걸 대변할 수 없다. 특히 美 경제전문지 포춘이 지적한 대로 이 조사는 한계를 갖고 있다. 우선 아이폰4 출시 이후 최대 논란거리로 부상한 '데스 그립(Death Grip) 즉, 아이폰4 안테나 결함이라는 변수를 반영하지 않았다. 조사가 아이폰4 출시 이전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이폰4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측면이 없지 않다. 상대적으로 더 늦게 출시된 갤럭시S나 드로이드X의 진면목이 아직 이 조사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애플로서는 불길한 다른 조사결과도 계속 나온다. 무엇보다 최대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14일 미국 웹사이트 평가 업체인 퀀트캐스트 발표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의 웹 트래픽은 지난해 9월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 반면에 iOS의 점유율을 조금씩 내려가는 추세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반격이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결국 애플은 소비자의 강한 지지와 경쟁 업체들의 파상공세가 맞부딪혀 생긴 파고 위에 높이 떠 있는 형국이다. 어느 쪽 힘이 더 세냐에 따라 애플의 운명도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스티브 잡스와 애플 자신이 내릴 수밖에 없다. 그 길은 신의 계시를 제대로 받은 선지자들이 했던 것과 같다. ‘낮은 데로 임하소서.’ 영생을 추구하는 모든 이가 첫 번째로 지켜야 할 덕목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를 매료시켜온 애플의 힘 또한 그 길에서 나왔을 것이다.

/캘리포니아(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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