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 LG텔레콤 대표이사들이 5일 마케팅비를 유선과 무선을 구분해 매출액 대비 20% 수준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올해는 스마트폰 활성화와 판매점·영업점 종사자들의 고용문제 등을 고려해 22%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각 사 대표이사(CEO)들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간담회에서 확정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짜폰이나 초고속인터넷 현금지급이 대거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해 통신회사들이 썼던 보조금은 8조6천억원 수준으로 매출대비 24.5%에 달했지만, 이게 20% 수준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통신사들에게 여기서 남는 자금을 연구개발(R&D)과 콘텐츠 및 설비 투자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우리나라가 무선인터넷 후진국이 된 것은 통신사들이 혁신 서비스 개발보다는 가입자 쟁탈전에 혈안이 된 때문인만큼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미다.
통신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매출대비 22%로 줄일 경우 1조9천억원, 20% 줄이면 2조4천500억원이 남게 된다. 이렇게 절감되는 비용을 R&D나 투자에 활용하라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같은 맥락에서 콘텐츠사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방문과 간담회 개최를 통해 무선콘텐츠 활성화와 관련한 보다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다.
◆방통위 "안 지키면 요금인하해야"...통신3사도 의지 밝혀
단말기 보조금이나 초고속인터넷 현금 지급은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 되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통신사들이 남는 2조원 이상의 돈을 주주 배당이나 직원 월급 인상 등에 쓸 경우 되려 소비자 후생을 해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게다가 이번 합의는 '마케팅비 준수 가이드라인'에 기초한 것이어서 법적인 위력도 없다.
방통위 신용섭 통신정책국장은 "사업자의 예산 편성을 국내에서의 소모적 경쟁이 아니라 망이나 콘텐츠 투자로 가도록 유도하자는 건데 쉽지는 않다"면서도 "앞으로 언론에 투자와 마케팅비를 동시에 발표하면서 정책적 수단과 단속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그 자금을 약속대로 투자하지 않으면) 통신요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석채 KT 회장,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 등도 한목소리로 마케팅 비용을 반드시 줄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 놓고 '혈전' 예고
이날 방통위와 통신3사가 합의한 내용은 유선과 무선을 구분해 각각 매출액대비 약 20% 수준으로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지키겠다는 것이었다.
언뜻보면 별 이견이 없어 보이자만 상세히 들여다 보면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린다. 각 사 매출액이 다른 상황에서 매출이 큰 회사가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마음껏 쓸 수 있게 됐다.
이를테면 무선 분야에서 1년에 12조원을 버는 SK텔레콤은 3조 5천억원을 버는 LG텔레콤보다, 유선 분야에서 연매출 7조원인 KT는 2조원인 SK브로드밴드보다 '제도적으로' 더 많은 보조금이나 현금 마케팅을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의 최대 수혜자는 무선에서 12조원을 버는 SK텔레콤이고, 최대 피해자는 합병KT나 합병LG텔레콤과 경쟁해야 하는 SK브로드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후발 통신사들은 가입자 등을 기준으로 마케팅 비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원하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일단 유선과 무선을 구분하는 것으로 큰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이행방안을 마련하게 될 전담반에서 이같은 문제들이 심도있게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chaos@inews24.com, 강은성 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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