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이 정계진출 이후 처음으로 집권여당의 대표직을 맡을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이를 통해 향후 대권도전의 기반을 잡을 수 있을 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박희태 대표가 10월 재보선 출마를 위한 대표직 사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지난 대표경선 차점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한다는 시나리오가 당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박 대표가 대표직 사퇴를 8월 중 발표할 경우 공성진, 박순자 등 친이계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로 9월 조기전당대회 기류가 급물살을 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박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역구가 아닌 경남 양산 재보선에 출마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지라 당 공천과 본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각각 친李·친朴 양 측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계파 간 조율을 위한 '정지작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계파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서라도 9월 전당대회보다는 차점자이지만 당내 비주류인 정 최고위원에게 대표직을 승계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 측에서도 이 같은 기류를 감안한 듯 당 대표직 승계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14일 기자와 통화에서 "현 시점에서 당 대표직을 맡는 것이 위험부담이 큰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개인적 득실을 따져서 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당에서 필요로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이 당 대표직을 승계할 경우 6선 중진의원이지만 지금까지 비주류에 머물렀던 정 최고위원의 입지가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지위로 크게 격상된다.
또 공개적으로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정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집권여당의 대표직을 적극 활용해 당내 세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 측에서도 "위험부담이 크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할 정도로 현 시점에서 대표직 승계에는 여러 암초가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당장 10월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지율이 여전히 하락세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지난 4월 재보선과 마찬가지로 완패할 경우 희생양으로서 불명예 사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10월 재보선 최대 관심 지역인 경남 양산에서 패배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계파 간 분열과 집권여당의 국정운영능력 상실 등 당내 파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 이에 대한 책임을 정 최고위원이 모두 뒤집어 쓸 수 있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또 당내 비주류라는 한계로 인해 세력을 넓히기보다는 박근혜 전 대표와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라는 거물들에 휘둘려 힘 한번 써보지 못하는 '무늬만 대표'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 최고위원이 당 대표직에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것은 오는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지금부터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당 대표가 되면 같은 현대家인 이명박 대통령과 교감을 이뤄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고, 양 측의 마음이 맞게 될 경우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각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당내 비주류라는 위치를 적극 활용해 나름대로 친이·친박 양 계파간 중재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당원들의 큰 호응을 얻어낼 수도 있다.
만일 정 최고위원이 시나리오대로 당권을 장악하게 된다면,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조기 전당대회 논란 등 친이·친박 간의 격렬한 당권 다툼 속에서 얼마나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이끌 수 있는지가 차기 대권도전 자질을 평가받는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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