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가 국내 방송장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 한 해 동안 15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효과를 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또한 카메라, 편집기, 모니터 등으로 연결돼 있는 방송장비 특성상 전체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개발 지원이나 생태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6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와 한국이앤엑스가 주최한 'KOBA 2009' 행사에서 방송인들은 국내 방송장비 산업 발전에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았다.
'KOBA 2009'는 '91년부터 시작돼 매년 4만여명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방송 기술 및 장비 전시회다. 이번 행사에는 200개 업체가 600여개 품목을 전시했는데, 이중 국내 업체는 30여 곳에 불과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송도균 부위원장은 이병순 한국방송협회장이 주최한 'VIP 오찬' 축사에서 "아날로그 시대에는 큰 회사 것이 들어가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국산 장비도 들어갔으면 한다"며 "물론 방송사는 가장 좋은 장비를 가장 싼 값에 사서 최고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나, 기왕이면 우리 장비와 우리 기술을 고려해 달라"고 말했다.
송 부위원장은 또 "지경부와 금년부터 방송장비 국산화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방송기술인연합회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이병순 한국방송협회장은 "IT강국인 우리나라가 우리 기술로 DMB와 와이브로를 상용화하는 등 글로벌 미디어 시장을 이끌고 있다"면서 "이는 신기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정부 지원외에도 방송기술인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찬에는 공보처 차관 시절 방송장비 국산화 프로젝트를 한 바 있는 문방위 이경재 의원과 김창수 의원, 김을동 의원도 참가했다.
그러나 정부측의 기대와 달리, 방송인들은 방송장비 국산화가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세밀하고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사)한국방송기술산업협회 이한범 사무총장은 "전 세계 방송장비 시장은 700억달러로 소니와 히타치, ENC가 주도하는데, 이는 콘텐츠(100억달러)보다 훨씬 크지만 우리나라의 점유율은 5%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의 방송장비 산업이 뒤쳐진 이유로 ▲외국 방송장비에 대한 무관세화 ▲지상파 방송사들의 무관심과 서로다른 기술기준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없는 중소업체 중심 ▲사후관리에 비용을 지불하기 꺼리는 지상파방송사들의 계약 관행 등을 지적했다.
이한범 총장은 "중국은 17%, 미국은 20%의 관세를 매겨 자국 기업을 보호하지만 우리나라는 방송장비에 대해 무관세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KBS의 경우 이같은 결정으로 작년에 15억원을 절약한 바 있다.
그는 또 "디지털중계기만 봐도 KBS와 MBC, SBS의 스펙이 달라 국내 중소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기술기준만 통일시켜도 개발 원가의 30%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범 총장은 "만약 지상파방송사의 디지털전환 투자가 '12년에 집중되면 국내 기업은 도산하고 그 자리를 외국 기업이 메우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정부는 로드맵을 짜서 길게 보면서 연구개발(R&D)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장비는 한 번 사면 15년을 쓰는 내구재여서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쉽게 진입하려 하지 않는 만큼, 중소 전문 업체를 키우는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총장은 "얼마전 한 중소업체가 도산해 MBC가 사후관리(AS)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협회 내에 '방송장비 AS보증센터'를 만들어 도산에 대비한 부품 수급을 책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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