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구속 이후 세번째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이 1일 마무리됐다.
노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은 지난 30일 오후 1시30분부터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소환조사에서 서로 팽팽한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하지만 양 측은 서로 자신들에게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등 '아전인수(我田引水)' 격 해석을 내놓고 있어 국민들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
양 측 모두 재소환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이들의 공방은 법정에서 최종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檢 "조사 순조로워"…5일 전후 구속 여부 검토할 듯
홍만표 대검찰청 수사기획관은 이날 수사 종료 직후 브리핑에서 "조사는 순조롭게 이뤄졌다"며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소환조사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홍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간의 대질신문이 이뤄지지 못한 데는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현재로선 재소환 계획이 없고, 수사팀에서 소환조사 조서를 포함한 증거관계 등을 종합해 총장에게 보고하면 오는 5일 전후해 내부회의를 거쳐 신병처리 방침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측의 이 같은 반응은 노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예우 측면에서 적잖은 부담감을 가질 수 있어 불구속 수사로 방향을 변경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까지 수사팀의 반응을 봤을때 노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죄' 혐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홍 수사기획관은 "우리가 볼 때는 (혐의가 입증될 만큼의)조사가 충분히 됐다고 본다"며 "(소환조사도)우리가 예측한 대로 진행됐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검찰 측은 보강 증거 확보 차원에서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비공개로 재소환할 것을 검토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盧 측도 소환 이후 자신감…"600만 달러 무관 명백"
반면 노 전 대통령 측도 소환조사 전 신중했던 분위기와는 달리 무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듯 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문제되고 있는 6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조금은 명백해졌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은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장시간 많은 질문에 대해 일일이 성실히 답변했는데 검찰이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납득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적어도 오늘까지는 검찰과 노 전 대통령의 입장이 정말 팽팽하다"고 말해,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문 전 실장은 또 "검찰이 혐의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해 검찰 측이 가지고 있는 물증이나 정황증거가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을 반박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또 지금까지 진술을 거부했던 권 여사가 받은 100만 달러 혐의에 대해서도 "가급적 빨리 정리해서 제시하겠다"는 적극적인 해명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권 여사가 조사를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되면 재소환에도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노 전 대통령 재소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이 재소환을 운운한다면 정말 도의가 아니다"고 향후 양 측의 공방은 법정에서 벌어질 것을 예고했다.
한편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과의 대질심문이 무산된 이유에 대해서는 "각자 자기진술만 되풀이하는 식이라면 의미가 없고, 그런 식의 대질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봤다"며 "조사실에서 박 회장을 만났을 때도 박 회장도 대질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그런 대화내용이 조서에도 기재돼 있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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