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이 주도해 왔던 기업용 문자메시지전송(SMS) 사업과 모바일 결제 사업이 KT와 SK라는 대기업이 독식하는 구도로 바뀔 전망이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이런 구도가 일자리를 줄일 것으로 우려하지만, 현행 법으로는 제재가 불가능해 고심하고 있다.
이에따라 방송통신위가 방송과 통신, 음성과 데이터가 올 IP망(인터넷 기반망)에서 통합전송되는 시대에 맞춘 방송통신사업법을 만들면서 상호접속 등 규제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KT 기업용 SMS 시장, 절대강자로
17일 관련 업계 및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KT는 기업용 SMS 서비스에서 아레오, 인포뱅크 등 경쟁업체보다 훨씬 저렴한 원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아레오 등 중소 SMS 중계사업자의 경우 SK텔레콤과 연동할 때 건당 11원~20원의 망이용대가를 내야 했지만, KT는 8원만 내면 되기 때문 때문이다.
기업용 SMS란 기업체가 홍보 및 고객관리를 위해 이동전화 가입자에게 SMS를 발송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으로, 기업들은 SMS 호를 모아 이통 3사에 재전송해주는 중계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지난 해 말 현재 시장 규모는 1천285억원으로 KT를 포함한 사업자들이 뛰고 있는데, KT가 이번에 원가경쟁력을 갖게 돼 급부상할 전망이다.
이같은 일이 가능해진 것은 방송통신위원회가 KT의 SMS 중계업무를 기간통신역무로 인정, 경쟁사들과 달리 상호접속으로 SK텔레콤 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일부 중계업체들이 당장은 피해를 볼 수 있지만, 중계업체들이 SK텔레콤 뿐 아니라 KT에 불일 수도 있게 된 만큼 SK텔레콤의 이용약관상 망이용대가(11원~20원)도 저렴해지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업용 SMS 시장 규모가 10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SK텔레콤의 이용약관상 망이용대가는 변하지 않고 있으니 KT가 오히려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방통위는 KISDI 자료를 인용, 이번 조치로 이용자에게 연간 128억원의 요금절감 효과와 141억원의 신규 수요 창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KT가 자신은 8원에 받아 서비스하면서, 중소업체들을 10원에 붙여주면 현재 SK텔레콤의 11원 보다는 망이용대가가 저렴해질 것이란 예상이다.
그러나, 중소 중계업체들은 방통위 예상은 현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 기업용 SMS 중계기업 사장은 "전세계적으로 SMS를 기간역무로 보는 나라는 없다"면서 "이번 방송통신위의 판단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데 KT만 원가 경쟁력을 갖게 된 불공정한 조치"라고 말했다.
또다른 사장은 "방통위 기대대로 되려면 KT는 이통 3사처럼 접속서비스만 하고 직접 기업용 SMS 시장에 뛰어들지 않아야 한다"면서 "KT가 10원에 중소업체에 재판매한다고 해도 자신은 8원의 경쟁력을 갖게된 KT와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SKT 관계사, 휴대폰 결제시장 절대강자로
중소기업이 주도하던 시장이 대기업 주도로 바뀌는 것은 기업용 SMS 시장만은 아니다.
SK텔레콤 관계사인 SK마케팅앤컴퍼니(SK M&C)가 최근 다날, 모빌리언스 등 중소 전문업체들이 주도하던 휴대폰 소액 결제서비스 시장 진입을 선언해 전문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SK M&C는 SK그룹의 광고·마케팅 회사로, 오케이캐시백 사업을 기반으로 한 제휴마케팅 사업, 광고사업, 시장조사와 마케팅 컨설팅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파네즈라는 전문 기업을 인수, 내년초 휴대폰 소액결제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먼저 싸이월드 등 SK 관계사 내 인터넷 사이트의 결제 기반을 자체 시스템으로 바꾸면서, 전체 휴대폰 결제 시장에 뛰어들기로 했다.
국내 휴대폰 결제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2천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SK텔레콤을 통한 소액결제 규모는 7천523억원으로 가장 높다. 이 물량을 SK M&C가 독점하는 셈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다날, 모빌리언스, 인포허브 등 휴대폰 결제 전문회사들은 중소기업이 아이디어를 개발해 특허등록을 하고 일구어 낸 소액결제 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들려한다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SK텔레콤과의 자회사 관계를 통해 기존 파네즈와 SK텔레콤 간의 '청구 및 수납대행 계약'을 수월하게 이관 받음으로써 중소 IT 벤처가 성장시켜 온 휴대폰결제 시장에 무임승차하려 한다는 얘기다.
이들 전문회사들은 이르면 19일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SK M&C의 소액결제 시장 진출을 막아달라고 여론에 호소할 예정이다.
휴대폰 결제업체 한 사장은 "파네즈는 현재 소액결제 시장에서 1%정도 밖에 차지하지 않는 기업"이라면서 "SK 관계사가 SK텔레콤의 지배력을 이용해 중소 전문업체들이 경쟁해온 소액결제 시장을 혼자 다 먹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수평규제전환시 접속규정 정비 등 필요...전기통신사업법, 방송통신사업법 주목
기업용 SMS시장과 휴대폰 결제 시장을 KT와 SK 관계사들이 평정한다고 해도, 방송통신위원회 입장으로서는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금은 과도기적인 상황이어서 KT가 하는 SMS를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기간통신역무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방통위 관계자는 "SK M&C가 파네즈를 인수하지 않고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라면 등록 등의 절차를 까다롭게 할 수 있겠지만, 파네즈를 인수해 영업 양수도하는 것이어서 신고만으로 가능하다.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방송통신사업법을 만들 때 방송과 통신, 인터넷, 콘텐츠 기업이 전면경쟁하는 상황을 감안해 공정경쟁 담보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형태근 방송통신위원은 "(과거 정보통신부 정책을 비판하면서)접속망의 고도화 뿐 아니라 다양한 시스템의 발현가능성을 주는 건 정책의 영역"이라면서 올IP로 전환되는 시대에 맞게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간 접속정책을 새롭게 만들 것을 이용자네트워크국과 통신국에 주문했다.
이경자 위원 역시 "어떤 정책도 법위에 있을 수는 없다"면서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별정 및 부가통신사업자가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할 때 이용약관만 적용되도록 했던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 올IP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접속정책을 마련하고 있어 주목된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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