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 27일 발표한 정품 전환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정책이 본격 적용될 경우 조립 PC 구매자들 중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MS가 발표한 정책에 따르면 오는 9월 23일부터는 불법 윈도XP를 사용할 경우 PC 바탕화면이 검정색으로 바뀌게 된다. 한국MS는 이와 함께 이용자들이 '윈도 정품 혜택 알림(WGA알림)'을 통해 불법 복제 여부를 확인한 경우, 특별한 가격으로 정품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MS의 이번 정책에 대해 사용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조립PC 이용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란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조립PC사용자 상당수 불법여부 몰라"
조립PC는 삼성, LG 등 대형 PC 제조업체들의 제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주머니 가벼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관련 업계는 현재 국내 PC사용자의 20% 내외가 조립 PC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조립PC 구매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들의 PC에 깔려 있는 윈도가 불법 복제품인 지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정품이 깔려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PC를 구매했다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 조립 PC 구매자는 "PC에 탑재된 운영체제(OS)의 정품 여부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조립 PC를 구매했다"며 "당연히 PC 값에 OS 비용이 포함된 줄 알고 구매했는데, 만약 아니면 개인이 각자 비용을 지불하고 OS를 추가로 구매해야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한국MS측은 "용산에서 조립 PC를 구매한 이용자의 경우 불법 XP사용자가 상당할 것"이라며 "이용자가 PC를 구매할 때 OS 비용을 체크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MS는 9월 23일부터 시행될 WGA 알림에 대비, 조만간 용산 조립 판매업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한국MS 장흥국 이사는 "정품인 줄 알고 온라인 등을 통해 구매했는데 정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피해자 구제 차원에서 증빙 자료를 제시한 경우에 한해 툴 킷을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라며 "이 과정에서 조직적 위조·판매가 있는지 여부를 추가로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격정책 일관성 '논란'
이밖에 이번 정품 전환 프로그램의 가격 정책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불법 제품 사용자의 정품 전환 비용이 풀패키지로 정품을 구매한 이용자가 지불한 비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품 구매자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것.
한국MS측에 따르면 불법 XP 프로페셔널을 정품으로 전환할 경우 약 10만원을 지불하면 된다. 정품 풀패키지로 XP 프로페셔널을 구매할 경우엔 30만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논란에 대해 한국MS측은 즉각 해명하고 나섰다.
한국MS 백수하 이사는 "윈도XP 제품은 ▲PC 제조업체 및 용산 시스템 빌더의 PC에 OEM 방식으로 탑재하는 버전 ▲PC와는 별개로 따로 구매하는 풀패키지 버전 ▲기업용 라이선스인 볼륨 라이선스 세가지 정책으로 구분된다"며 "공급 방식에 따라 가격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데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불법 XP 사용자에게 풀패키지 가격을 그대로 지불하고 정품으로 전환하라고 한다면 소비자들의 불만은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이번 정책의 취지는 불법 제품을 정품으로 전환해 사용자 환경을 보호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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