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촛불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하면서 그 무대가 인터넷으로도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 사법권 수장들이 잇따라 인터넷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고 나섰다. '사이버 공안정국'이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일고 있다.
사법권 책임자들이 연이어 인터넷으로 공감되고 확산되는 정보에 적극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 임채진 검찰총장, 어청수 경찰청장 등이 인터넷과 관련된 강경 대응을 순차적으로 내놓았다.
지난 4월말 이후 미국산 쇠고기로 불거진 광우병 문제가 인터넷으로 확산되고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사이버 공간을 달궜다. 이런 마음과 마음이 모아지면서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촛불집회는 50여일동안 계속되면서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정부의 대응도 시위의 연속선상에서 이뤄졌다. 촛불집회 초기, 경찰은 질서유지 등 시위대와 접촉을 최대한 줄였다. 청와대는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해 미국과 추가협상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19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과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다"며 "이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책망했다. 당시 이 대통령의 강조점은 '국민과 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기 반성이었다.
며칠 사이 이같은 대통령의 말은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의미가 퇴색되고 말았다.
◆사이버 공안정국…무서운 파도 몰려오나?
이번 촛불집회가 인터넷 공간을 통해 확산되면서 정부의 대응은 최근 인터넷에 집중되고 있다. 경찰청이 먼저 움직였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인터넷 전담반'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뒤이어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안에 대한 특별지시를 들고 나왔다. 김 장관은 6월20일 광고불매운동과 관련해 "일부 신문에 대한 광고불매운동과 관련해 기업에 대한 광고 중단 위협 등 인터넷 상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장관의 특별지시를 받은 검찰은 곧바로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행동을 취했다. 이어 6월의 마지막날인 30일, 임채진 검찰총장이 '법의 칼'을 빼들었다.
임 총장은 법질서 확립 전국부장검사회의에서 "인터넷을 통해 근거 없는 허위정보를 확산시켜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증폭시키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사이버 폭력에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사법 수장들의 이같은 발언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왜곡되고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에서 비롯되고 확산되면서 사회적 갈등과 반목이 증폭되고 있다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잘못의 시작점이 '인터넷'에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시각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7월1일 '네티즌 광고불매운동'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을 예정이다. 다음이 유권해석을 의뢰한 내용으로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그 여파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 일변도로 변화하고 있는 정부의 자세에 대해 다음의 's***'씨는 "대통령은 국민을 '대화의 상대'가 아닌 '진압의 상대'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한 모습은 지금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진단이다.
혼돈의 상황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종교계가 나섰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하 사제단)은 30일 오후 6시 서울시청앞에서 '국민존엄을 선언하고 국가권력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회의 및 미사'를 열 예정이다. 앞서 배포한 성명서에서 사제단은 정부의 회개를 촉구했다.
사제단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을 섬기겠다'던 대통령이 국민의 염원을 짓밟고 참담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습이 지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사제단은 강조했다.
◆네티즌 "직접 민주주의는 살아야 한다"
네티즌들도 현 상황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토론광장에는 이번 사태를 두고 원인분석, 앞으로 해야 할 일 등등 수많은 의견들이 올라고 있다. 네티즌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극명하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 나눠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정부의 무책임 ▲경찰의 강경진압 등에서 찾는 네티즌들이 있다.
이들은 촛불집회의 성격을 '평화 촛불집회→경찰의 과잉진압→시위대 자기방어→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위대 부상 속출→민주주의 실종'으로 바라보고 있다.
반면 이번 사태의 시작점으로 ▲순수한 집회의 성격이 일부 과격 시위대의 폭력성으로 변질됐다고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시위대의 폭력성에 원인을 두고 있는 네티즌들은 '촛불 평화시위→촛불집회 장기화→순수성 퇴색한 일부 시위대 정치 과격화→불법 집회 지속→경찰의 진압→시위대 폭력화'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8일 토요일의 촛불집회를 두고 경찰과 시위대의 아수라장 같았던 서울시청의 모습은 네티즌들 사이에도 그 원인 분석이 엇갈리고 있는 모습이다.
경찰에 폭행당한 시민들은 "경찰이 아니라 국민을 처절하게 짓밟고 억누르는 권력의 시녀"라고 검찰과 경찰을 비난했다. 시위대에 의해 부상 당한 전경들은 "평화집회가 아니라 과격 시위대에 의해 참된 집회 의미가 퇴색되고 정치적 색깔을 띄고 있다"고 시위대를 겨냥했다.
극과 극을 달리는 네티즌의 의견 속에도 "직접 민주주의는 꼭 지켜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네티즌들은 "최근 정부의 인터넷에 대한 인식이 무조건 차단하고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바라보는 것은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이라며 "인터넷을 통한 의견 개진과 토론, 이를 통한 국민의 여론을 듣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인터넷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네티즌들은 "서울시청 앞을 폐쇄하더니 이제 사이버 공간에까지 공안정국을 만들어 네티즌들을 몰아붙이고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는 진정 국민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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