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66) 삼성그룹 회장이 5일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 불법 로비 등 '삼성 의혹' 가운데 일부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0시50분께 조사를 마친 뒤 3가지 주요 의혹에 대해 책임을 인정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건 수에 따라…"라고 운을 뗀 뒤 "100% 다 인정은 안 되고…"라고 말했다.
이는 경영권 불법승계와 비자금 조성, 로비 의혹 가운데 일부에 대해 그룹 총수로서 법적ㆍ도의적 책임을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비쳐져 주목된다.
그러나 이 회장은 어떤 의혹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는 당초 특검에 출석할 때는 취재진에게 의혹을 전면 부인했었다.
이 회장은 또 핵심 의혹인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지시한 건 없다"며 그룹 차원의 지시ㆍ공모는 없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앞서 먼저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고 삼성 문제로 소란을 피워 송구스럽다"며 "특검 수사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책임이고 모든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혐의를 인정할 경우 본인이 직접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은 경영권 불법승계와 로비 등 핵심 의혹은 부인하는 반면, 일부 사실로 드러난 비자금 조성 등 일부 의혹의 경우 그룹 총수로서 도의적 책임까지 피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4일 오후 2시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각종 의혹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를 받고 12시간 40분만인 5일 오전 0시50분께 귀가했다.
특검팀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등 4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 의혹과 비자금 조성ㆍ관리 의혹, 정관계 및 법조계 로비 의혹을 조사했다.
이날 조사에서 이 회장은 에버랜드 CB 발행과 인수에 개입한 사실이 없고 차명계좌에 담긴 돈도 개인 재산일 뿐 회삿돈을 빼돌린 게 아니며 로비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준웅 특검은 조사를 마친 이 회장을 잠시 면담하며 이날 작성된 신문조서 내용을 구두로 확인했다.
이 회장이 핵심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일부 책임은 인정하고 특검 수사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특검팀이 향후 어떤 사법처리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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