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대가 끝났다고?'
HDD의 '생명력'에 의문을 품는 이들은 많다. 세상에 나온 지 50년이 된 '구닥다리' IT기기에 쏟아지는 당연한 눈길이다. HDD의 대체재로 거론되는 플래시 메모리의 성장세는 HDD의 미래에 대한 회의적 반응을 수긍하게 한다.
그러나 HDD는 최근 반전을 위한 돌파구를 마련했다. 가전과 휴대용 전자기기에서 HDD 수요가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최신 TV와 셋톱박스, MP3 플레이어, PMP 등을 통해 HDD는 지금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 가전이 HDD 운명 좌우할 듯
HDD는 최근 디지털 방송 바람을 타고 TV와 셋톱박스 등에 대거 탑재되고 있다. 수백 기가바이트(GB)급의 대용량을 제공하는 HDD로 인해 소비자들은 원하는 프로그램을 저장 용량에 구애받지 않고 녹화할 수 있게 됐다.
소니는 이미 지난 2002년 리눅스 기반의 셋톱박스 '코쿤(Cocoon)'을 개발했다. 160GB HDD가 탑재됐던 이 제품은 HD방송을 15시간 녹화할 수 있었다.
사용자의 기호를 감지해 방송을 자동적으로 선택 및 녹화하고, 인터넷 접속과 원격지 녹화예약, 자동 업그레이드도 할 수 있었다. 도시바 역시 같은 해 무선 네트워킹과 개인영상저장장치(PVR, Personal Video Recorder) 기능을 탑재한 '트랜스큐브10(TrandCube10)'을 개발했다.
국내의 휴맥스, 토필드와 같은 셋톱박스 업체들도 HDD를 내장한 셋톱박스인 PVR을 판매하고 있다.
타임머신 TV로 잘 알려진 생방송 녹화 TV도 HDD의 덕이다.
HDD를 내장한 LG전자의 '타임머신' TV는 250GB 용량을 제공한다. 월드컵 시즌 때 보고 싶은 경기와 장면을 마음껏 녹화해 볼 수 있다는 광고 전략으로 잘 알려진 이 제품은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에 대응해 지난 5월 출시한 외장형 녹화장치 '애니뷰'에 는 300GB HDD가 탑재돼 있다. HD방송은 30시간, SD급은 120시간을 녹화할 수 있는 용량.
디지털 시대를 맞아 방송 녹화를 위한 필수 장비였던 VTR의 자리를 TV에 장착된 HDD가 대신 메워가고 있는 것이다.
◆ MP3P 등 휴대용 기기, HDD 성장 이끌어
PC부문의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MP3 플레이어와 PMP 등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에 HDD가 대거 탑재되고 있다. 애플의 아이팟이 대표적 경우. HDD를 이용한 1~3세대 아이팟과 아이팟미니를 통해 HDD는 휴대용기기용 저장장치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 최근의 휴대용 기기용 HDD는 주로 1인치급에 집중돼 있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관련 업체들은 HDD의 부활 요인을 '소형화' 성공에서 찾는다. 과도한 전력소모와 약한 내구성이라는 HDD의 고질적 문제도 소형화를 통해 상당부분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낸드플래시가 HDD를 대체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 씨게이트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용량면에서 유리한 HDD는 절대 죽지 않는다"라고.
이정호기자 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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