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총 사흘 앞으로…'집중투표제' 최대 분수령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의 경영권을 가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집중투표제가 경영권을 향배를 가를 핵심 '키'로 지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 지분 구도는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쳐 약 39.16%를 보유 중인 반면 MBK연합이 46.72%를 보유해 우위를 보이고 있다. 지분율에서 약 7% 열세를 보이고 있는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안건을 승부수로 던지며 막판 뒤집기를 노리는 상황이다.

집중투표제란 주주들이 각 이사 선임에 대해 개별적으로 한 표씩 행사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후보자에게 모든 표를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이 제도가 적용될 경우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최 회장 측이 반전을 노릴 수 있다.

만일 집중투표제가 통과되면 최 회장 측은 최소 4명의 이사진을 확보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 다만 집중투표제는 3분의 2 이상의 특별 결의가 필요하다. 최 회장 측은 상법상 '3%룰'을 적용하는 만큼 집중투표제가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주요 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하는 이 제도는 MBK연합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고려아연의 분석이 깔려 있다. MBK연합이 3%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가 상대적으로 많아 의결권에서 최 회장 측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지난 17일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하면서 최 회장 측에게 힘을 실어줬다.

MBK연합은 집중투표제 저지에 사활을 걸었다. MBK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집중투표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 하는 제2호, 제3호 의안상정을 금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임시주총이 임박한 만큼 오는 21일 이전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은 수포로 돌아가고 지분율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MBK 연합이 이사회 과반을 차지해 경영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더라도 집중투표제 안건 자체가 부결되면 MBK 연합은 기타 지분 소수만 확보해도 원하는 후보를 선임할 수 있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한편 이번 집중투표제를 두고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입장은 상반된다. 우선 글래스루이세는 집중투표제가 소수 주주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더 대표성 있는 이사회 구성을 촉진할 것이라며 찬성한 반면 ISS는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면 반대 의견을 던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