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유리창이 태양전지라면 어떤 모습일까. 국내 연구팀이 건축물의 유리창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투명 태양전지를 개발했다. 건축물 창호는 물론 차량 유리,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연구팀이 1000시간 이상의 고안정성 테스트를 거친 세계 최대 수준인 206cm² 크기의 대면적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 모듈을 구현해 대형화와 내구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데 성공했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BIPV) 시장에서 고효율과 심미성을 동시에 만족하면서 상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차세대에너지연구소 강홍규 책임연구원과 신소재공학부 이광희 교수 공동연구팀이 도심 친화형 태양광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차세대 반투명 유기태양전지’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반투명 유기태양전지는 건축물 창호나 차량 유리, 디스플레이 등 투명성이 요구되는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심미성을 유지하면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어 도시 환경과 조화로운 에너지 솔루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도심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대와 미래 에너지 산업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넓은 면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공정 자동화와 생산 효율 극대화로 장기적 경제성과 친환경성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 기술은 유기 소재와 투명 전극의 취약성으로 장기적 안정성과 건물에 적용하기 위한 대면적 구현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 유기 태양전지는 주로 불투명한 형태로 연구가 이뤄져 왔다.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 연구도 작은 셀 단위나 소면적 모듈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상업적으로 경쟁력 있는 수준의 효율과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모듈의 확장성 구현을 위해 슬롯다이 코팅(Slot-die Coating, 액상 재료를 균일하고 정밀한 두께로 연속적으로 도포하는 공정 기술로 나노 박막 형성과 대량 생산에 쓰이는 코팅 방식) 공정을 도입했다. 대면적 모듈에서도 균일한 코팅 두께를 구현해 효율 균일도를 확보했다.
기존 독성 용매 대신 친환경 비할로겐 용매를 활용해 작업자의 안전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고려했다.
연구팀은 또한 유리-유리(G2G) 봉지 기술(두 장의 유리를 접합해 내부를 밀폐하는 기술)을 이용해 대면적 모듈 크기를 완전히 보호하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했다. 머캅토 에스터(고분자와 접착제의 경화제로 사용되는 물질)가 포함된 고투명 무용제 수지를 활용해 자외선에 의해 폴리머 네트워크 형성을 유도함으로써 외부 요인으로 인한 열화를 지연시켜 모듈의 고내구성까지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206cm² 크기의 대면적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 모듈에서 1000시간 이상의 가속 열화 조건에서 고안정성(ISOS-L-2 테스트)을 확보했다.
연구팀은 건물용 유리 표준(KS L 2514)에 부합하는 광학·에너지 차단 성능에 대해 인증 기관인 한국유리공업기술연구소(현 LX글라스 기술연구소)를 통해 시험성적서를 발급받았다. 건축용 유리를 반투명 유기태양전지로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했다.
2022년 11월 신소재공학부 이광희 교수가 창업한 리셀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건물 일체형 반투명 유기태양전지의 상용화를 목표로 대량 생산 체계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강홍규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 성과는 유기태양전지의 대면적 확장 가능성과 장기 안정성 문제를 봉지 공정을 통해 해결했다”며 “차량용 윈도우나 스마트 디스플레이 등 일상 속 다양한 영역에 반투명 태양전지를 적용함으로써 도심 친환경 에너지 인프라 확충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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