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외도 눈치챘지만, '이혼 시 재산분할 포기' 혼전 계약서 작성해 고민" [결혼과 이혼]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남편의 외도를 눈치챘으나, 결혼 전 시어머니와 작성한 '혼전 계약서'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는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2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남편의 외도를 눈치챘으나, 섣불리 이혼하기 망설여진다는 아내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에 따르면 남편은 손해 보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며, 연애할 때도 데이트 비용을 나눠 내는 등 자기 몫은 꼭 챙겼다. 이는 작은 노점에서 시작해 외식 사업가의 대모가 된 시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결혼 전 시어머니는 허락을 받으러 온 A씨에게 '이혼할 때 재산분할 청구를 포기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혼전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다. 남편은 "역시 어머니는 현명하다. 이혼할지도 모르니 대비해야 한다"고 동의하며 계약서 작성에 찬성했다.

이후 결혼 생활에서도 남편은 철저하게 계산하며 손해를 보지 않으려 했고, 아이를 낳은 뒤에는 각자 아이를 돌보는 시간을 분 단위까지 나눠 계산했다.

그렇게 결혼 3년 차에 접어들었을 무렵 A씨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맞바람을 피울지 고민도 했었지만 아이를 위해 참았고, 결국 이혼을 떠올렸다.

하지만 시어머니와 작성한 '혼전 계약서'가 마음에 걸렸던 A씨는 이 같은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계약서 내용대로 재산분할 청구를 포기해야 하는 거냐"고 조언을 구했다.

사연을 접한 조인섭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민법 제829조에서 규정한 부부재산 약정이란 결혼 당사자가 결혼 중의 재산 소유, 관리 방법 등에 대해 결혼 성립 전에 미리 약정하는 것"이라며 "부부재산 약정서의 효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혼인신고를 하기 전까지 등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그러나 결혼 중 재산에 대해서만 부부재산 약정을 할 수 있고, 대법원은 재산분할청구권 포기, 양육권 포기, 상속권 포기 등과 같은 부부재산 약정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협의이혼 과정에서 재산분할 약정서를 작성하더라도 추후 재판상 이혼을 하게 되면 법적 효력이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A씨가 쓴 부부재산 약정서는 법적 효력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이혼할 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전한 그는 "외도한 남편이 이혼에 책임 있는 것도 명백해 위자료까지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