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삼성전자 고졸신화'로 알려진 양향자 무소속 의원(광주 서구을)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創黨)을 선언하면서 정치권 내 '제3지대'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차분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중도층 여론 확대 등으로 인한 제3지대의 성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향자 신당'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양 의원이 갖고 있는 정치적 어떤 방향성에 대해서 국민의힘에서 별도로 언급할 내용은 따로 있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전날(11일) 복수의 언론을 통해 양 의원이 이달 말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창당 행사를 열기로 하고 발기인 모집 등 창당 준비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양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인 준비상황과 목표를 말씀드릴 순 없다"며 "오는 26일 예정된 창당 행사에서 평가해달라"고 밝혔다.
양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거대 양당과 활발히 활동하며 주목받은 바 있어 그의 신당 창당은 정치권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고졸 여직원으로 입사해 삼성전자 상무이사에까지 오른 것으로 유명한 양 의원은 2016년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민주당 대표)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쟁자인 천정배 전 국회의원을 꺾고 당선됐으나 2021년 보좌진 성비위 의혹을 계기로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서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아 여권에서 러브콜을 받기도 했으나 독자 노선을 선택한 것이다.
양 의원 외에도 현재 정치권에서는 내년도 총선을 겨냥한 창당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4월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지난 4월 '다른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이하 성찰과 모색) 포럼을 열고 창당 준비를 공식화했다. 금 전 의원은 "내년 총선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30석 정도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세력이 등장한다면 한국 정치를 밑바닥부터 바꿀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그 방법이 우리 정치를 달라지게 할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의당의 신진 세력인 장혜영·류호정 의원도 현재 정치 유니온(Union) '세 번째 권력'을 통해 창당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여론 지형 변화를 이유로 창당을 통한 제3지대 세력화에 어느정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양당의 극한 대립 장기화에 피로감을 느낀 부동층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형국"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신당(제3지대)이 중도층의 민심을 잘 공략한다면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 규모의 신당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선주자급(級) 인물·지역 기반 확보 등이 과제라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과거 국민의당의 경우에는 안철수라는 대선주자와 천정배·정동영 등 호남 기반 정치인들의 연대로 세력화가 가능했다"며 "양당 공천에서 밀려난 일부가 합류하는 등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인물과 지역을 통한 세력화 과제를 해낼 수 있을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금 전 의원이 주도하는 '성찰과 모색'은 내일(13일) 오후 국회에서 '복합위기 시대, 한국정치의 돌파구는?'이라는 주제로 두 번째 포럼을 연다. 금 전 의원과 함께 류호정 의원과 조성주 세 번째 권력 공동위원장이 참석해 정치개혁과 제3지대 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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